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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대립군' 이정재, 촬영 중 전우애 생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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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20세기폭스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어느새 데뷔 25년차, 나이로는 4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배우 이정재는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다부진 근육 그리고 한 결 같은 외모를 유지한다. 눈이 반쯤은 없어지는 환한 미소도 그의 매력 포인트다.

그런 그는 영화 ‘대립군’에서는 그 잘생긴 얼굴에 흙칠을 하고 수염을 붙이고 등장한다. 전쟁의 한 가운데서 대립군을 이끄는 토우로 변신한 그에게서는 늘 피 냄새와 땀냄새가 진동한다. 말랐지만 잔근육이 가득한 몸매가 캐릭터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토우에게 가장 적합한 몸이 뭘까 계속 생각했어요. 아마 영화상에서 보신 게 제일 토우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들어가기 2달 전에 캐릭터에 맞춰서 다이어트를 했어요. 사실 ‘대립군’의 토우가 묻혀가는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튀려고 하면 불협화음이 생기는 부분이 있어요. 그 구조 안에서 새로운 것, 그 안에서 토우의 역할을 해내는 게 저에게 좀 어려운 문제이긴 했어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연출자와 같이 상의하고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서 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죠.”

앞서 그가 선보였던 작품들을 되짚어 보면 거칠고 야생적인 토우 역을 연기하기 위해 분명 많은 변화와 준비가 필요했을 터였다. 연기자의 끊임없는 고민이기도 한 이 ‘변화’와 관련해 이정재는 대중의 평가를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전과 말투가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천민의 설정이 아마 조금 다른 말투나 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방과 말할 때도 반응이 즉각적인 것도 조금 있었고요. 대화할 때 템포가 조금 다르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때 아주 거친 무리들을 인솔해야만하는 인솔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부터 대립군이라는 일을 오래 했었던 사람이 과연 어떤 음색과 어떤 말투, 행동을 할까 고민했죠. 가장 토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영화에는 전쟁 장면이 나오지만 우리가 그 동안 봐왔던 그런 스펙터클한 전쟁영화와는 궤를 달리 한다. 오히려 전쟁 중 벌어지는 사람들의 감정 변화에 더 집중했다. 이정재 역시 “전쟁영화의 스펙터클함보다 내용전달에 더욱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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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20세기폭스코리아)


아무리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지만 고생은 그 못지않게 했다. 실제 영화의 대부분은 광해(여진구)와 함께 산을 타는 대립군의 모습이다. 배경도 새벽, 그것도 겨울의 새벽이었다.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왔다.

“아, 솔직히 진짜 추웠어요. 하하. 9월엔 정말 더웠거든요? 9월부터 그 다음해 1월 말일까지 촬영을 했는데 추위와 더위를 모두 겪은 셈이죠.(웃음) 토우 복장이 가죽의상까지 있어서 여름엔 정말 덥더라고요. 그럼 겨울엔 따뜻했냐고요? 또 이상하게 껴입을 수 있는 구조의 의상이 아니었어요. 소매가 짧았거든요. 사극 하는 배우들이 그런 말을 하곤 해요. 여름엔 평민, 겨울엔 귀족 역할을 해야 편하다고요. 하하.”

더구나 토우는 한 겨울에 상반신 노출을 하고 계곡에 뛰어드는 신도 소화해야했다. 토우 역할이 그랬다. 대충 봐도 쉽지 않을 분장에 혹한의 추위에도 견뎌야하는 역할이었다. 더구나 극중 무리를 이끄는 것에 대한 부담감까지 더해졌다.

“분장은 안 쉬고 빨리 하면 2시간 정도 걸렸어요. 아무래도 가장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건 무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지능으로 무리를 인솔하는 토우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에너지를 요했던 건 사실이죠. 연기적인 부분에서요. 상반신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추운 게 가장 큰 고민이었죠.(웃음) 컨트롤이 잘 안되더라고요. 원하는 연기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거든요. 빨리 찍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은연중에 들더라니까요? 하하.”

그 혹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의도치 않은 전우애(?)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6시에 모여서 저녁까지 같이 먹고 다음날 또 새벽에 만났다. 몇 달을 같이 지방에 다니면서 숙식을 하니까 안 친해질 수가 없었다. 친해지다 보니까 전우애 아닌 전우애가 생겼다”면서 웃음을 흘렸다.

이정재의 대표작 중 하나는 ‘관상’이다. 영화에서 이정재는 권력욕이 남다른 수양대군 역을 맡았다. 특히 “내가 왕이 될 상이냐?”는 대사는 여러 번 패러디 될 정도였다. 이번에도 혹시 유행어 욕심이 들진 않을까?

“처음엔 어색했어요. 근데 많이 재미어하는 걸 보니까 저도 즐거워요. 예상치 못했던 걸 끄집어내시더라고요. 혹시 또 모르죠. 이번에는 ‘여기 호랑이가 우글거립니다’가 유행이 될 지도요. 하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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