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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불한당’이 된 두 남자의 원초적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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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불한당’은 만화 같은 영화”

배우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만화 같은 영화로 정의했다.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재호)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현수)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에서의 이 만화적 구성이 관객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 지점이 바로 기존의 범죄액션물과는 다른 지점이다. 영화는 교도소 안과 교도소 밖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묘사하기 위해 대조되는 색감을 사용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사용되는 필터링 효과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 변화, 인물이 놓인 공간이 어디인지에 따라서도 색감이 화려하게 달라진다.

시각적인 효과를 통한 차별 외에도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는 뻔한 소재를 감각적으로 해석한 것인데 ‘불한당’은 언더커버가 ‘반전’을 위한 장치가 되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는 ‘신세계’ ‘프리즌’ 등 기존의 범죄 액션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영화는 다른 길을 걷는다. 언제 적에게 발각될지 모르는 긴장감을 러닝타임 중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해버린다.

반전을 먼저 공개해 버린 ‘불한당’의 재미는 다른 곳에 있다. 재호와 현수의 감정 변화다.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는 교도소에서 ‘눈에 뵈는 것 없이’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를 만난 뒤 인간적으로 끌린다. 교도소에서 끈끈하게 의리를 다진 둘은 출소 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향한 의심도 함께 커진다.

두 남자의 의리와 의심,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가 ‘불한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변성현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믿는 타이밍이 어긋나면서 파국으로 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두 남자의 감정과 감성이 영화 전체를 감싼다.

기존의 범죄액션 영화 공식을 허문 연출도 그렇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어느 하나 거슬릴 것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설경구는 오랜만에 남성적인 연기를 통해 이전에 부진했던 모습이 잊힐 만큼 충분한 매력을 과시한다. 임시완도 ‘미생’ ‘변호인’ 등 줄곧 여리고 순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퇴폐미’를 더해 지금껏 그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악역 전문배우 김희원의 활약도 대단하다. 오매불망 재호의 사랑을 갈구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 병갑 역을 맡았는데 영화의 무게가 과해진다 싶을 때 여지없이 나타나 그 무게를 덜어준다. 이밖에도 영화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지만 남성 캐릭터들만큼 강한 카리스마의 경찰청 천인숙 팀장에는 전혜진이, 오세안무역의 설립자이자 재호를 견제하는 고병철 회장 역할은 이경영이 맡아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한편 ‘불한당’은 제 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오는 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0분.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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