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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뷰;포인트] '혼술남녀'가 보여준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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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포스터. (사진=tv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공시생' '혼술'.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평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혹은 드라마 '혼술남녀'를 관심있게 본 시청자 중 한 명일 거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 여럿이 아닌 홀로 술을 마셔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드라마에 반영한 '혼술남녀'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사랑받았다.

높은 시청률과 호평 속에 '혼술남녀'가 막을 내린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26일, 이 드라마의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tvN PD가 실종 5일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그해 1월 입사한 신입 PD였던 그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 PD의 과거 운동권 경력을 문제 삼았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약 6개월이 지난 후인 18일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PD의 죽음에 얽힌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CJ E&M 측이 유가족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과 함께 고인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했고, 각종 폭언 등에 시달리다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PD를 괴롭혔던 건 계약직 스태프를 교체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시절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이 직접 게약직을 정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적지 않은 괴로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서도 그는 "촬영장에서 스탭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다. 물론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남겼다.

고인이 처했던 열악한 근무 환경은 '혼술남녀'가 말하는 '따뜻한 위로'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러가지 이유로 '혼술'하는 이들의 사연을 그려낸 '혼술남녀'는 반대로 많은 이들을 혼술하게 만드는 아이러니에 빠지고 말았다. '혼술남녀'를 사이에 둔 따뜻한 판타지와 냉혹한 현실, 그 빛과 그림자같은 양면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드라마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에게도 왠지 모를 씁쓸한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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