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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비정규직 특수요원', 웃자고 만든 영화에서 죽자고 느껴진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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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포스터. (사진=㈜이수C&E, ㈜스톰픽쳐스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비정규직 고용불안 청년실업 고위층 비리 보이스피싱까지. 뉴스에서나 볼 법한 키워드들이 뭉쳐 코미디 영화로 탄생했다. 가벼워 보이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소재들을 웃음과 함께 버무려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 타진하기 위한 국가안보국 댓글요원과 경찰청 형사의 합동수사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정규직을 위해 첩보원을 자처한 장영실 역에는 강예원이, 경찰청 '미친X'으로 통하는 나정안 역에는 한채원이 각각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장영실이 연신 취업에 낙방하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취득한 자격증만 22개, 취업 빼고는 못하는 게 없는 만년 아르바이트 인생 영실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다 극적으로 취업에 성공한 곳이 국가안보국. 현실에서의 국가정보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에서 영실은 계약직으로 댓글알바를 한다. 아쉽게 영화에서 영실이 일하는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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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스틸. (사진=㈜이수C&E, ㈜스톰픽쳐스코리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일하며 지내던 영실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다가왔다. 구조조정에 따른 일방적인 해고 조치. 계약직이던 영실에게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려던 순간 영실의 귀에 국가안보국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이를 빌미로 영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첩보원을 자처한다. 자신의 치부를 들킬까 걱정하던 박차장(조재윤)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수락한다.

우연히 보이스피싱 회사에서 잠입수사를 펼치던 나정안과 조우한 영실은 합동 수사를 펼치며 예상치 못한 겹겹의 난관에 부딪힌다. 영화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색깔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무기로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한다. 극 소심주의자인 영실을 연기한 강예원과 쉴 새 없이 육두문자를 내뱉는 나정안 역의 한채아는 첫 호흡이 무색할만큼 뛰어난 콤비플레이를 자랑한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영실만 놓고 본다면 왠지 눈물샘을 자극한다. 정규직을 위해 처절하리만치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은 어떤 정의감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N포 세대'라 일컬어지는 지금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그대로 투영돼 맘 놓고 웃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웃자고 만든 영화에서 느껴진 슬픔은 생각보다 깊었다. 16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15세 관람가.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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