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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아역의 끝자락에 선 김향기, 잃고 싶지 않은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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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엣나인필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이제 막 17세가 된 배우 김향기. 티 없이 맑고 해맑으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한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도 여전하다. 김향기는 영화 ‘눈길’의 종분과도 매우 닮아 있다.

■ ‘눈길’을 통해 가진 책임감

영화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다. 이미 2015년 TV드라마로 방영됐고 지난 1일 정식 극장에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종분이는 밝은 아이에요. 철이 없을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아이, 동생을 아끼는 착한 아이에요. 저랑 비슷한 점은 힘든 상황에서 밝게 생각하려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저도 힘든 상황에서 그렇거든요.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엄마랑 싸웠을 때. 하하. 그리고 연기에 대해 고민할 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눈길’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 폭력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두 소녀가 위안부에서 겪어야했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보다는 그것을 참아내고 버티는 마음에 집중한다. 선정적 장면 없이 상징이나 암시만으로 상황을 묘사해야 했기 때문에 두 소녀에겐 어려운 과제였을 거다.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예민한 부분이잖아요.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한 분이라도 이 이야기를 더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했죠.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걸 고스란히 내가 표현해낼 수 있을지. 근데 와 닿는 게 정말 많았어요. 자극적인 장면 없이 소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써져 있더라고요. 아프지만 아름답게 표현이 돼서 더 가슴에 깊이 남았어요.”

김향기는 평소 역사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특별한 역사의식이 있는 것도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촬영 결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 대한 연대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는 닥치는 대로 읽었고 학교에선 친구들에게 할머님들이 만든 액세서리 등을 같이 구입하며 나누기도 했다.

“촬영할 때는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때는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할 시기잖아요. 알고는 있지만 깊이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작품을 하면서 관심이 가고 배웠죠. 심각한 문제인 건 알고 있지만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촬영할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관객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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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엣나인필름)


■벌써 13년차, 연기에 대한 고뇌


김향기는 여섯 살에 처음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벌써 13년 차 배우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마음이’에 출연하게 된 그는 휴대전화, 가전제품, 아파트 광고 등을 꿰차면서 CF스타로 거듭났다.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면서 업계를 놀라게 한 그는 이제 아역과 성인 연기자의 경계에 서있다.

“제 나이 또래 언니들 친구들 다 똑같이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역과 성인의 사이에서 걱정과 고민이 없을 순 없어요. 이제 스무 살이 되려면 2년이 남았는데 그때 되면 새로운 역할이 들어올 거고,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거 같아요. 그 시기를 잘 넘겨야겠죠?(웃음) 고민은 되는데 내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꼭 어른스러운 성인 이미지를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 나이 때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한단계한단계 성장해 나가면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스스로 밝은 이미지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에 대한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자신에게 맞는 역할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천상 배우가 따로 없다.

“배우로서 안 해 본 역할을 하고는 싶어요. 다른 성격의 캐릭터요. 일단은 주어진 거 열심히 하고 새로운 역할이 들어오면 색다른 것도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다중인격 캐릭터? 하하. 사실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거잖아요. 한 명의 배우가 똑같은 얼굴로 여러 명의 인물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욕심나고 궁금해요(웃음).”

김향기는 자연스럽게 지금 가는 길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알아왔다. 요즘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이라고 묻는다면 단연 ‘연기’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은 훨씬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다.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작품을 하면서 오는 어려움조차도 그에겐 설렘으로 다가왔다. 아역에 끝자락에서 그는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며 연기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밝은 에너지 속에 차분함과 성실함을 겸비한 김향기답게 연기에 있어서도 항상 열심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감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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