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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시국발언] ③폴리테어너에게 더 큰 목소리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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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정치적 소신발언을 아끼지 않는 방송인 김제동. (사진=성남시청 홈페이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최순실 관련 뉴스가 지겹게 느껴지는 요즘, 연예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뜨거운 감자다. '반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단체와 인물들의 명단을 정부가 정리해 특별관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중 리스트에 포함된 연예계 인사들은 그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배우 송강호 김혜수 백윤식 등 톱스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동안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스타들도 하나 둘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온 유재석은 얼마 전 한 시상식에서 "나라가 힘들 때 나라를 구하는 건 국민"이라는 발언으로 한 보수단체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이들이 현 상황을 무시한 채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것이 과연 미덕일까. 스타들의 시국 발언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지난해 10월 5일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방송인 김제동이 난데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과거 김제동의 '영창 발언'을 문제삼았다. 2014년 7월 한 방송에서 "과거 군 복무 시절 4성 장군 부인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 동안 영창에 수감됐다"는 발언이 문제였다. 백승주 의원은 김제동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구서 채택을 요청했다.

당시 김제동을 둘러싼 논란은 연예계의 해묵은 논쟁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과연 연예인은 공인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백 의원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제동 씨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이고 제가 봤을 때는 언론인, 공인이다. 이런 예능인들과 달리 공인으로 진실을 토대로 국민들에게 말씀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제동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김제동은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반박한 뒤 "공인은 연예인이 아니라 공공이 내는 돈을 가지고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임이 따른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동과 백 의원이 말하는 공인의 기준은 사뭇 달랐다.

'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김제동은 이 사전적 의미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고, 백 의원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공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제 법원에서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는 판례를 남겼다. 2001년 서울지방법원은 신해철 관련 사건에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연예인으로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라고 할 것이므로 이른바 공적인물"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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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이어온 가수 이승환. (사진=드림팩토리)


당장 여기서 연예인이 공인인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지금 이들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지하고자 한다. 스타들의 소소한 개인사부터 눈빛 하나까지 기사화하는 요즘, 어수선한 정국과 관련해 이들이 밝히는 소신 발언은 여느 정치인 못지 않은 파급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과 떨어져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대중과 멀어지는 순간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도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이 원하는 말을 하고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같은 게 은연 중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자칫 연예인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을 해선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반대 세력의 맹렬한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치적 발언에 나서는 이유는 바로 연예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자리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명 인사가 정치적 견해를 밝혀 여론을 형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정상적인 사회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히려 연예인들의 시국과 관련한 발언이 더욱 활발해지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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