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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의 영(映)터리] 충무로에선 왜 여성 영화가 귀할까?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재범 기자] ‘남자 영화는 성공한다’는 이 고리타분한 충무로 흥행 명제는 반대로 ‘여성 영화’를 위축시켜왔다. 한정된 시장 상황 속에서 흥행 자체가 제작사 존립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모양새가 굳어지면서 결국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닌 ‘많이 볼만 한 영화’로만 제작 환경 자체가 변모돼 온 것도 오래 전이다. 때문에 폭력성 자극성이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여성 캐릭터는 작품 자체에서 소모적인 도구로 전락해 왔다. 결정적으로 여성을 내세운 영화가 아닌 여성이 폭력과 자극에 노출된 소재로만 인식이 되면서 여성 영화 자체가 씨가 말라는 버리는 결과가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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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남자영화냐고?


현재 작품을 준비 중인 한 영화감독은 스타&컬처팀과의 통화에서 “남성이 주인공인 마초스타일 영화가 관객들 주목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일종의 대리만족과 대리 쾌감을 맛보는 도구로 남성 영화가 소모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반대급부로 여성 영화 취향 자체가 시장에서 배척되고 있다는 말과도 맞닿아 있다는 얘기이다.

현재 국내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장르는 범죄스릴러다. 사실상 장르라기 보단 영화 스토리의 스타일 자체를 말한다. 거친 느낌의 감성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판타지를 영화란 매체에서 습득하려는 관객들의 선택 경향이 높단 얘기로 풀어볼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출발하면 가장 큰 흥미 요소는 폭력과 범죄로 국한된다. 스타일이 정해지면 이른바 영화 자체 톤 앤 매너가 결정되고 이를 소비하고 구축해 나가야 할 도구(배우)가 여배우보단 남자 배우로 그려질 때 사실성이 더욱 짙게 구현될 수 있단 점이다.

최근 개봉해 혹평 세례를 받았지만 화제성이 높았던 ‘아수라’가 이런 범주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티켓 파워가 높은 여러 남자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 범죄와 비리 등 어두운 이면을 그린 스토리 구조, 여기에 높은 폭력성이 수반되면서 완벽한 남성 취향의 정점을 찍었단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물론 스토리 개연성의 허술함이 뒷받침돼 흥행에선 쓴 맛을 봤다. 하지만 강력한 마초적 스타일이 이런 점을 뒤덮으며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시켰다.

한 제작사 대표는 통화에서 “트렌드란 범주에서 설명하기에는 불가능하다”면서 “실질적으로 투자가 선결돼야 할 문제다. 제작비를 투자하는 입장에선 흥행 실패 위험 부담이 적은 스토리에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흥미로운 얘기가 무엇인가. 결국에는 힘에 대한 얘기다. 권력이 될 수도 있다. 돈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면서 “그것을 풀어내가는 주인공이 누구이겠는가.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수컷들의 싸움으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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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남자라고?

사실 설득력은 좀 떨어지는 주장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소비적인 측면에서 또는 창작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를 말하기도 한다. 영화는 결론적으로 앞선 두 가지 측면 가운데 ‘소비’를 기대하고 창작이 이뤄지는 게 정답이다. 이 같은 논리로만 보자면 해답은 좀 더 간단해 진다.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체인들이 매년 조사하는 주 고객층 분석에 따르면 주요 소비층이 2030세대 여성에 집중돼 있단 점을 알 수 있다. 여성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여성 중심의 스토리 보단 미지의 영역으로 알 수 있는 ‘남성의 세계’ 그 안에서도 ‘밝은’면이 아닌 ‘어두운’ 얘기에 호기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액션과 스릴러 또는 공포물 자체에 여성 관객들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 한다. 영화 ‘아수라’의 경우 CGV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여성 관객 비중은 57.3%로, 남성 관객 42.7%보다 높았다.

이런 트렌드와 시장 상황을 ‘괜찮은 여성 영화의 부재’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걸출한 여성 기획자나 세밀한 연출력을 선보이는 여성 감독 부재로 꼽기도 한다. 여성 관객들이 보기에 여성의 심리와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는 연출 스타일 작품이 현실적으로 부족하고 또 공감하기 힘들다는 점도 무게감이 실리는 의견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현재 충무로에서 활발히 제작 논의가 이뤄지는 작품 가운데 여성을 주제로 한 스토리 자체가 없다”면서 “로맨스 혹은 멜로 장르에선 당연히 상대 여배우가 필요하지만 흥행성이 고려되기에 해당 장르는 제작 기피 현상이 크다. 결론적으로 굳이 여배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게 되면서 여성 영화란 주체가 현실적으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상태다”고 말했다.

11월 현재까지 공개된 내년 한국영화 라인업을 살펴보면 총 25편 가운데 18편이 남성 중심의 범죄 스릴러물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도 되지만 ‘굳이’ 여성이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장르물인 셈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년 개봉 예정 영화 가운데 여성이 주연인 작품은 홍창표 감독의 ‘궁합’(CJ E&M) 그리고 허정 감독의 ‘장산범’(NEW) 단 두 편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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