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나경 기자)
'더 케이투'에서 지창욱은 자신의 액션 연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전쟁 용병 출신의 보디가드를 연기하는만큼 각종 격투 장면과 추격신, 총격신 등이 주를 이뤘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지창욱은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마지막 촬영 후 더 이상 몸이 힘들지 않아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몸은 편해졌다고 말하는 그였지만 가슴 한 켠에는 함께 고생한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아 있었다.
지창욱은 앞서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 경호원이라는 직업을 경험한 바 있다.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더 케이투' 속 보디가드로 분한 지창욱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보디가드 지창욱의 모습은 분명 달랐다. 감독은 마초적인 면이 강한 남성적인 보디가드를 원했고 지창욱은 다양한 행동들을 통해 극중 역할인 재하의 남성성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흔히 마초라고 하면 남자답게 생기고 수염도 많고 그래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안 생겼거든요. 그래서 저는 비주얼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없어서 생각을 하다가 행동적인 부분에서 재하라는 인물을 표현하기로 했어요. 거침없이 행동하기도 했고요. 제가 얼굴 태우는 걸 싫어하는데 비주얼적으로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태닝을 하기도 했죠. 피부톤이나 메이크업도 최대한 내추럴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사진=오나경 기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목욕탕 싸움 장면이예요. 대본을 보면서도 너무 걱정했죠. 목욕탕에서 나체인 상태로 남자들끼리 싸우는데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하고요. 잘못하면 더러워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촬영해보니 원래 코믹으로 풀려던 감독님이 코믹으로 안 풀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방송을 봤는데 걱정했던 것 보다는 재밌게 나왔고요. 그리고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과수원에서 킬러와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스태프들도 정말 힘들어했고요. 또 그날이 가장 더운 날이기도 했어요."
액션과 깊은 인연을 자랑하는 지창욱이지만 사실 이는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돌이켜보니 유독 액션이 강한 작품에 많이 출연한 것일 뿐, 특별히 액션이 좋아서 출연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지 학창시절부터 체육을 좋아했고 나가서 노는 걸 좋아했고 뛰고 땀흘리는 액티브한 것들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 다시 액션을 하라면 당분간은 안 하겠다는 것이 지금 지창욱의 생각이다.
(사진=오나경 기자)
"중국 가면 따라다니는 분들도 많고 그래요. 저를 기다리는 분들고 있고요.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죠. 전 그래본 적이 없었거든요. 느낌이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불편하기도 하고. 제가 불편하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나 때문에 기다리고 그러니까 제가 괜히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도 않고요. 계속 그렇게 따라다니는 거 보면 고맙기도 하지만 '내가 뭐라고 그러시는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팬들은 항상 이유없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어느 나라 팬이든. 그래서 팬들을 보는 마음은 항상 똑같아요. 고마우면서 미안하죠."
지금은 최고의 스타가 됐지만 그런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그리고 그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지창욱은 "작품이 많이 도와준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웃어라 동해야' 출연할 때 작품은 너무 잘됐지만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예요.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그때 선배님들이나 친구들 덕분에 잘 견뎌낼 수 있었죠. 그리고 '다섯 손가락'이라는 작품을 끝냈는데 작품이 많이 없었어요. 입지가 많이 좁아진거죠. 제가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되게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일이나 주말에서 주인공으로 쓰기도 애매한 그런거요. 그 당시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뭘 해야될까 생각하면서. 그러다 '그날들'이 찾아왔고 뮤지컬을 세 작품 연달아서 했어요. 그 와중에 운 좋게 '기황후'라는 드라마를 하게 됐고 칭찬을 받았죠. 이어서 '힐러'에 출연했고 많은 인기를 얻게 됐고요. 사실 배우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잖아요? 작품으로 보여주는 거 말고는. 작품이 많이 도와준 것 같아요. 작품이 인기를 얻고 그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면서 연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사진=오나경 기자)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나중에 나이 많이 먹어서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같은 위치가 됐을 때 후배들이 저를 그렇게 바라봐 준다면 스스로 제법 좋은 배우였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재밌게 작업하고 싶어요. 가끔은 스스로 지쳐버릴까봐 걱정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새로운 걸 원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지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다행이죠.(웃음)"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