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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게이션] ‘럭키’ 유해진,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는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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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희극과 비극의 차이는 단어 하나 차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그 차이의 폭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무한대에 가깝다. 그래서 비극을 소화하기 위해선 그 안에서 희극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는 배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그런 배우를 찾아야 한다면 단언컨대 유해진을 첫 손에 꼽고 싶다. 그가 선사하는 ‘럭키’의 웃음은 비극 속에서 찾아내는 희극의 코드가 어떤 효과를 관객들에게 던져 주는지 알 수 있었다.

국내에는 ‘열쇠 도둑의 방법’(키 오브 라이프)으로 알려진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럭키’는 목욕탕 키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건 처리율 100% 킬러(유해진)와 자살을 결심한 무명 배우(이준)의 우스꽝스런 반전 인생 체인지를 그린다.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킬러 ‘최형욱’과 무명배우 ‘윤재성’ 분량의 톤 조절에 힘을 쏟는다. 비가 내리는 화면 속에서 한 남자가 누군가에게 칼을 맞고 쓰러진다. 고급 외제차 트렁크에 실려 그는 사라진다. 남자는 전문 킬러 형욱이다. 반면 한 남자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집안 대들보에 목을 맬 준비를 한다. 그의 집은 쓰레기통 안에 들어선 것처럼 지저분하고 더럽다. 꿈을 포기한 채 죽음을 선택하려는 무명 배우 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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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서 조금도 연관성이 없는 관계다. 하지만 이들은 한 날 한 시에 의외의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다. 동네 허름한 목욕탕에서 만난다. 형욱은 사람을 죽이고 의식처럼 행하는 목욕을 위해 지나던 동네 한 목욕탕에 들어선다. 그 곳에서 형욱과 냄새 나는 재성이 만난다. 죽기 전 몸이라도 씻고 깨끗한 마음으로 저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재성이다. 그리고 둘의 인생은 비누 하나로 하루아침에 역전된다.

‘럭키’의 웃음 코드는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반전 코드가 만들어 내는 우연성이 관객들의 웃음과 릴렉스를 자극한다. 허름한 옥탑방에서 하루아침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펜트하우스로 터전이 바뀐 재성의 생활 방식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맞아 저럴 것이야’란 공감을 이끌어 내며 피식 거리는 실소를 자극하게 만든다. 사실 인생 반전이란 설정이 없다고 해도 고된 ‘취준생’의 길을 걷고 있는 20대 청춘들에게 재성의 모습은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지기에 응원과 공감의 마음을 던질지 모른다.

반면 재성과는 반대로 하늘 꼭대기 펜트하우스에서 같은 하늘이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가 건물 옥상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긴 형욱은 난감하다. 기억을 잃었기에 자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짐짓 모든 것이 익숙한 듯하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주변 환경이 자신의 한 부분처럼 능청스럽게 맞아떨어진다. 파란색 추리닝 바지와 삼선 슬리퍼의 조합은 유해진이기에 살려 낼 수 있는 자태이며 또 그 모습 하나로 느낄 수 있는 반전 코미디의 한 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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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인생’이 가져다주는 의외성은 당연히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이 ‘럭키’는 코미디다. 하지만 그 안에 추리와 범죄물의 코드까지 더해지는 중반 이후부턴 코미디의 색깔이 흐려진다. 아쉬운 지점이다,

‘형욱’ 캐릭터를 연기한 유해진을 활용하기 위해 선택한 어쩔 수 없는 지점이라고 해도. 원작의 핵심 코드를 가져오기 위한 리메이크의 한계라고 해도. 코미디와 범죄물의 교배는 사실 무리가 따르는 지점이었다. 더욱이 코미디 장르와 하드한 캐릭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온 유해진을 활용할 지점이라면 영화 전반에 깔린 코미디를 조금은 톤다운 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유해진의 존재감에 비해 이준의 활약도와 연기력이 분명하게 밀리는 지점이 크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유해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너무 집중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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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으로 유해진이란 배우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선 강력한 한 방이 담겨 있다. 삶에 대한 페이소스와 적절한 웃음 그리고 액션과 함께 그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시절까지 엿볼 수 있는 시퀀스가 ‘럭키’에는 오롯이 담겨 있다. 영화 후반 이준을 향해 던지는 유해진의 대사는 이 시대의 젊은 청춘들에게 조언하는 ‘특별한 유해진’의 헌사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럭키’ 1부터 100까지 유해진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그 안에는 전혜빈 이동휘 그리고 ‘삼시세끼’의 진짜 스타 ‘겨울이’까지 들어있다. 조윤희와 펼치는 의외의 멜로가 멋지다. 물론 웃음이란 덤은 한 가득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싼 포장지는 가슴 따뜻한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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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해진이 1984년생이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도 담겨 있다. 이 점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다. 개봉은 오는 13일.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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