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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가 사람들] 교양작가 하고 싶다고요? 거짓말 말아요...'우리말 겨루기' 박제령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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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다큐멘터리나 생활 정보 방송같은 교양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을 우리는 흔히 '교양 작가'라고 부른다. 이들은 프로그램 구성부터 대본 그리고 자막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방송을 책임진다. 방송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교양'이라는 분야에서 활약한다는 차별점을 지닌다.

이번에 [방송가 사람들]에서 만난 이는 올해로 6년차 교양작가인 박제령(27) 작가다. 현재 KTV '공감토크 대세다' MBN '활기찬 주말 해피라이프' KBS 1TV '우리말 겨루기' 등의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이다. 처음 방송계에 작가로 입문한 뒤 줄곧 교양 분야에서만 일을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 순간까지도 노트북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참여 중인 프로그램이 많아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박 작가는 "요즘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통은 프로그램 하나를 하면서 여유가 생기면 아르바이트로 다른 프로그램들을 맡기도 하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많아졌다. 요즘 잠을 한 시간도 못 잔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도 그의 노트북에는 프로그램에 들어갈 자막 수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름에 작가 타이틀을 단 지 어느새 6년째이지만 시작은 단순했다. 친한 친구가 방송작가를 한다는 말에 박 작가 역시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렇게 발을 들였다. 친구따라 강남이 아닌 방송계로 간 것이다. 박 작가는 "처음에는 잘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내가 그렇게 꼼꼼함도 없고 센스도 없고 심지어 커뮤니케이션도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그냥 그게 내 스타일이려니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방송 작가가 되기 전 박 작가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영화일을 하기를 희망했다. 좀 더 솔직하게는 한 때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고. 박 작가는 "제 스스로는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방송작가일 줄은 몰랐다. 친구 따라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솔직히 오래 버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박 작가의 경력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프로그램은 KBS 2TV '생생정보'다. 가나 출신의 글라디스 씨와 함께 하는 전국 탐방 코너를 담당했다. 여기서는 단순히 작가로서의 업무 뿐 아니라 실제 방송에 얼굴을 노출시키는 모험도 감행했다. 안타깝게도 방송에는 주로 먹는 모습만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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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정보'에서는 '한입만 작가'로 통했어요. 가나댁 글라디스 언니가 먹는 캐릭터였는데 저도 같이 잘 먹는 캐릭터로 잡혀서 뜻하지 않게 먹방 대결을 펼치기도 했죠. 원래 막내 때부터 저를 출연시키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막상 하면 못해서 잘리고 그랬어요. 그러다 다시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작 방송에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먹는 것만 나왔죠. 갈비도 한 입에 먹고 주걱도 한 입에 넣었어요. 재밌었죠.(웃음)"

작가가 된 후 지난 6년간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는 박 작가. 그렇다면 과연 수입은 충분할까. 그는 "예능 쪽은 돈을 많이 번다고 들었는데 교양은 그렇지 않다. 굉장히 수입이 적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경력 30년이 넘는 어느 선배는 다큐멘터리 한 편당 5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더 될 거다. 월 1000만원 정도를 버는 '월천작가'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 작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좋은 메인 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메인 작가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지는 일의 특성 때문이다. 박 작가는 "아이디어가 넘치고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 한 마디를 남겼다.

"보통 교양 작가가 되고 싶어서 오는 친구들은 없어요. 어떻게든 연을 이어보려고 이 쪽에 발을 들이는 거죠. 그냥 예능 작가가 하고 싶으면 예능으로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끈기 없이 그만 둘거면. 하지만 이 작가라는 직업을 한 번쯤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는 진짜 삶에 도움이 되는 것 같거든요.(웃음)"
jjuny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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