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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그래 그런거야' 김영훈, 또 한 번 마침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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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펀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처음엔 바람을 피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숨겨둔 애가 있더라. 본인도 당황했다. 자신에게 아이가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래서 지금의 아내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다. 다행히 아내도 지금은 그런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고 아이를 품기로 했다. 남편은 아내가 그저 고맙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배우 김영훈이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에서 연기한 나현우 캐릭터의 스토리를 압축한 내용이다.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영훈은 "극 초반까지는 나현우가 광고회사 감독이고 유세희(윤소이)의 남편이라는 사실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첫 촬영을 마쳤지만 도대체 나현우가 바람을 피우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건지 좀처럼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보통은 대사를 가지고 캐릭터를 추측하는데 첫 등장이 다른 작가와 희희낙락 거리는 걸 장모님이 보시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유추를 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내에게도 친절하지 않은 것 같고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알 수 없었죠. 촬영하면서 나중에 저한테 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극중 나현우는 한동안 아내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숨겼다.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아내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도와주려는 그의 행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보면 참 나쁜 캐릭터일 수도 있었지만 김수현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나현우는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을 정도로 나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김영훈은 처음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는 설정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리딩 하러 가기 전 대본을 보는데 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뉘앙스가 있었어요. 선생님들은 '나감독 실망이야'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죠. 처음에는 저도 바람피우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등장하니까 되게 기뻤어요. 그 아이가 생겼을 때는 너무 어렸었고 실수인 것처럼 설정을 해주셔서 저도 좀 더 애잔하게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실제로 시청자들께서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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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펀엔터테인먼트)

'그래, 그런거야'에는 유독 대선배 배우들이 함께 했다.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젊은 연기자들과 어우러지며 극을 이끌었다.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묻자 김영훈은 "이렇게 작업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경험이다. 선생님들에게 배운 게 많다. 연기적인 걸 떠나 배우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 같은 걸 많이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분들은 그 나이까지 연기만 하신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마음가짐이 다르신 것 같아요. 그런 걸 몸소 보여주시기도 하고요. 동료를 대할 때나 스태프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하시는 지 직접 보여주시죠. 또 대본 리딩이 오전 10시였는데 이순재 강부자 선생님이 항상 먼저 와 계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젊은 연기자들도 점점 일찍 가게 됐죠. 세트 촬영이나 스탠바이도 제일 먼저 끝내고 계세요. 아마 그게 지금까지 사랑받으며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도 방송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그래, 그런거야'였지만 방영 내내 시청률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은 '그래, 그런거야'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가 전하려는 묵직한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가슴 깊숙이 전해진 까닭이다. 김영훈은 오히려 시청률이 조금 낮다고 해서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로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고 시청률도 높으면 좋겠죠. 하지만 이번 작품 하면서 시청률에 있어서는 전혀 아쉽지가 않았아요.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았겠지만 시청률이 별로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제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이런 작품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다른 작품에 비해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생각은 잘 안들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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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펀엔터테인먼트)

'그래, 그런거야'로 또 하나의 마침표를 찍은 김영훈의 목표는 단순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를 하며 연기자로 남는 거다.

"저는 연기로 밥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야죠. 연기자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잠시 실직 상태이긴 하지만 이순재 선생님같은 분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연기자로서 인정 받으시고 그 연세에 열정적으로 연기하시고 계시잖아요. 저도 선생님들처럼 하고 싶어요. 또 그래야 하고요.(웃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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