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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배우 최원영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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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원영.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폭염도 길었고 밤에는 열대야가 끊이지 않았다. 그 지독했던 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열일한 남자가 있다. KBS 드라마 '화랑'과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오가며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배우 최원영이다. 그는 "동시에 두 드라마가 끝난 경우는 처음이다. 한 해를 같은 방송사에서 마무리한 건 처음이라 한 번쯤 인사를 드리고 소감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화랑'에서 최원영은 선우(무명, 박서준)와 아로(고아라)의 아버지이자 온화한 성품을 지닌 안지공 역으로 열연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한때 잘 나가던 락발라드 가수에서 한 물간 인물 성태평으로 출연했다. 두 인물 사이에 이렇다 할 공통점은 없으나 "둘 다 사람을 구하는 인물이다"라는 최원영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그는 "안지공은 의원으로서 의술을 이용해 사람을 구하고 성태평은 음악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면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원영의 성태평, 그리고 차인표

최원영의 활약은 '화랑'보다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두드러졌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워낙 캐릭터들이 다양하고 개성있게 그려진 덕분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속 최원영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특히 최원영은 극중 월계수 양복점의 맏딸이자 이혼녀인 이동숙 역의 오현경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커플 케미 역시 소소하지만 적잖은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성태평 이동숙 커플의 설정이 사회적 관념으로 보면 무겁고 심각하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사회에서 실패와 아픔을 겪은 어른들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순수한 면이 있어요. 약간의 동심도 있고. 그런 면들 때문에 아마 보시는 분들이 '아이고, 저 놈들 그냥..'이라며 피식하면서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들도 워낙 유쾌하고 재밌게 했고 또 오현경 선배님이 정말 편하고 즐겁게 잘 해주셔서 저는 정말 아무 거리낌없이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최원영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차인표라는 든든한 인맥을 하나 더 완성시킬 수 있었다. 친형제는 아니지만 마치 형제처럼 끈끈한 의리를 보여주는 두 사람의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초반에는 약간의 어색함도 있었지만 촬영을 거듭할 수록 점점 친해졌고 드라마 종영 후에도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제가 어딜가도 즉흥적인 상황이나 애드리브성 연기 면에서는 지지 않는 편인데 차인표 선배님은 아이디어나 상상하는 지점들이 굉장히 높으세요. 핑퐁처럼 연기를 서로 치고 가다보면 앙상블이 맞아서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 강스파이크같은 걸 날리셔서 못 받아칠 때가 있어요. 그게 불편했다기 보다 너무 (연기) 단수가 높으신 거죠. 사실 차인표 선배님 처음 뵀을 때는 반듯하고 조용한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일상에서도 너무 재밌으세요. 장난도 잘 치시고. 볼 수록 매력이 있는 분입니다."

◆ 배우는 수행하는 성직자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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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원영.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로맨스에 코믹까지 대체로 밝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최원영이지만 지난 2013년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라는 작품에서는 꽤나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친동생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파헤치며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는데, 그간 봤던 최원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최원영은 그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기라는 일이 다 똑같지 않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때도 제가 생각하는 지점에서 최선이고 열심히 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한다면 좀 더 다르지 않을까요?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더 잘 했을 거다가 아니라 그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 와서 생각나고 삶에 든 어떤 깃듦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거예요. 더 익고 감정적 성찰이 싶어졌을 때 그 작품을 만났다면 더 나아질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은 있죠."

그 나이에 맞는 역할과 연기, 타이밍이 참 중요하다고 최원영은 생각했다. 단순한 연기력은 큰 변화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단지 배운다고, 책을 본다고 해서 체득할 수 없는, 그 시간을 오롯이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더욱 힘이 있다는 것이 바로 그의 생각이다. 그는 "겉 모습은 늙고 초라한 할아버지같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 그런 게 놀라운 거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계속 겸허해지고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라고 말했다.

"배우는 수행하는 성직자의 삶인 것 같아요. 어쩌면 군인과 성직자의 삶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자유로움도 있지만 칼같은 군인같은 규제도 필요하거든요. 동시에 성직자처럼 깊은 사람이 돼 혜안을 가져줘야 어떤 인물을 만나도 편견 없이 표현해낼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훌륭한 배우들은 멋있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언젠가 저 역시 '최원영이 이런 배우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자취를 남겼으면 좋겠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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