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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소는 없다"…‘개콘’ ‘SNL’ 뜨겁게 부활한 코미디의 정치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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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개그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간 주춤했던 정치 풍자가 살아나면서 코미디 특유의 맛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 풍자가 없어 외면받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다시금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 고소 고발로 위축된 풍자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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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17일 당시 강용석 의원은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개그맨 최효종이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 되려면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 공천을 받은 뒤 텃밭에서 출마하면 됩니다. 2억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강용석은 국회의원에 대한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최효종을 고소했다. 하지만 이후 강용석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개그맨 이상훈도 '개그콘서트'를 통해 풍자에 나섰다가 고소를 당했다. 이상훈은 '1대1' 코너에서 "어버이연합은 가만히 있어도 계좌로 돈을 받는다. 전경련에서 받고도 입을 다물고 전경련도 입을 다문다"고 말했고, 어버이연합은 이를 빌미로 그를 고소했다. 앞서 작가이자 방송인으로도 활동 중인 유병재 역시 '고마워요, 어버이'라는 풍자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같은 같은 단체로부터 고소당했다.

지난 2002년부터 오랫동안 라디오를 통해 정치 풍자 코너를 진행하던 최양락은 해당 프로그램 폐지라는 뜻하지 않은 곤혹을 치러야했다. 이 때문에 외압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MBC 라디오국 측은 외압에 따른 하차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폐지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언제부턴가 조금씩 특정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랄한 풍자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답답한 시선들로 인해 개그맨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개그 프로그램들은 외면받기 시작했고 웃음의 소재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시청자들은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시원하게 웃을 권리마저 빼앗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 '최순실 사태'가 불러온 변화…정치 풍자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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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파문이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국민적 공분이 점차 고조되면서 이에 발 맞추기 위한 개그 프로그램들의 정치 풍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제는 풍자가 부활한 정도가 아니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위 높은 풍자들이 개그 프로그램 곳곳에서 그려지고 있다. 왠만한 코미디보다 뉴스가 재밌다는 반응이 대세인 요즘, 혹시 살아남기 위한 개그맨들의 몸부림은 아닐런지.

지난 5일 tvN 'SNL코리아8'에서는 김민교가 최순실을 떠올리게 하는 분장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방송에서 정상훈은 "독일에 있는 거 아니었냐"고 묻는가 하면 "곰탕을 먹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최순실이 독일에 머물렀다는 사실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곰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는 내용을 풍자한 것으로, 방송 후에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개그콘서트'는 대표적인 시사 풍자 코너인 '민상토론'을 부활시키며 본격적인 풍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 코너는 유민상과 김대성이 시사 관련 토크를 꺼려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 사회자인 송준근은 그런 두 사람을 쉴틈없이 몰아치며 풍자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박근혜 게이트'라는 푯말을 드는 장면을 내보내 풍자 수위를 높이며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물론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시사 풍자 코너인 'LTE 뉴스'를 부활시켰다. 지난 23일 방송에서는 강성범과 김일희가 앵커로 나서 촛불 시위,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정유라의 부정입학 문제, 청와대의 행보 등을 풍자해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손석희 성대모사에 나선 임준혁은 "한 마디로 요즘은 순살의 시대. 사람들이 순살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씹기에 좋아서. 정말 씹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순살치킨을 가장 많이 배달시켜 먹는 장소로 청와대의 사진을 보여줘 다시 한 번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 '비정상의 정상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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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이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중문화에서의 풍자가 어느 한 정권에 의해, 혹은 일부 이익집단에 의해 중단되고 위축된다는 건 또 다른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로 해석될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풍자를 할 수 없었던 현실이 비정상이었고 이제 다시 정상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풍자는 언제나 대환영이지만 자칫 조롱으로 비쳐지는 것은 반드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제 다시 시작된 풍자 개그가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방송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결단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풍자를 그저 풍자로, 개그를 그저 개그로 바라보는 관대한 시선이 중요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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