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씨네;뷰] ‘인천상륙작전’ 600만 돌파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무려 170억이 투자된 희대의 망작(亡作)이 예고됐다. ‘21세기 똘이 장군’이란 혹평은 오히려 애교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 관객들이 극장가로 쏟아졌다. ‘부산행’ 1000만 행진의 반사이익이란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흥행 탄력이 더욱 붙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덕혜옹주’ ‘터널’ 등 할리우드와 충무로 경쟁작이 연이어 시장에 합류했지만 흥행 가속도는 줄지 않았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앞으로 충무로에서 이어질 새로운 흥행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리할 기준이 돼가고 있다.

이미지중앙
■ ‘노이즈’ 마케팅 효과일까?


사실 이 지점은 완벽한 소설이다. 다시 말해 팩트는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바라본 ‘인천상륙작전’은 그랬다. ‘혹시 고도의 계산이 깔린 만듦새였을까’란 의구심이다. 혹평을 끌어내기 위한 계산된 완성품이란 추측을 넘어선 오해다.

‘인천상륙작전’은 어떤 이유를 붙여도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우선 시대착오적 해석이 문제였다. 완벽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흑백 논리가 너무도 명확했다. 이 지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최근 트렌드로 미뤄볼 때 분명 역행의 요지가 너무도 강력했다. 선과 악이 명확하다. 더욱이 그 결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팩트다. 결국 이 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자체가 스포일러가 돼버린 셈이다.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은 영화 자체에 대한 긴박함과 긴장감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 모든 상황의 앞뒤 전후를 알고 보는 것이기에 이 같은 기시감이 발생됐다. 캐릭터의 선악 구분까지 명확하니 ‘이미 본 듯한 영화’가 돼버린 셈이다.

이미지중앙
이 지점이 우려됐기 때문에 영화는 실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엑스레이 작전’을 끌어 들였다. 단순한 전쟁영화로 흘러갈 흐름을 첩보 작전으로 변환시킨 셈이다. 선택은 영리했다. 하지만 ‘방법이란 커다란 배’는 바다도 아니고 강도 아닌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영화에는 첩보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서스펜스와 스릴의 법칙이 완벽하게 배제됐다. 장학수(이정재) 일행이 움직이는 곳에 그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가 항상 완벽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림계진(이범수) 일행은 매번 뒤통수를 얻어맞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저 허술하게 짜인 각본에 움직이는 리얼 시트콤의 모습이었다. 관객들은 다음 장면이 예측되는 밑그림을 예상하면서 관람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얘기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딱 그 지점에서 마무리가 된다.

결국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선 ‘일부러 못 만든 영화가 아닐까’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왔었다.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은 아닐까란 웃지 못 할 얘기가 나온 이유였다.

이미지중앙
■ 이념 앞세운 캐릭터 실종 사건


영화의 사건 자체가 이념 논쟁 출발에서 시작됐기에 캐릭터가 다층적인 면을 보일 수 없는 위험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천상륙작전’의 선택은 무리였다. 차라리 스토리가 인물을 잡아먹었다면 처음부터 추구했던 ‘웰메이드의 훈장’을 가져갈 수 있었을 법했다. 하지만 ‘자가당착’에 비유될 정도로 ‘인천상륙작전’은 스토리를 앞세우기 위해 인물을 살리기 보단 색깔을 명확하게 하는 지점을 선택해 버렸다.

장학수(이정재)는 이 영화 속에서 거의 유일하다 할 정도의 다층적 캐릭터다. 그가 ‘피보다 진한 이념’을 버린 이유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그 변화의 해석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장학수의 여러 대사를 통해 그저 ‘공산주의’의 허황됨을 일깨우며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역으로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이념 자체가 사라진 지금의 현실에서 구태의연한 색깔 논쟁을 끄집어 낸 방식의 문제가 고리타분했다.

오히려 악으로 규정된 림계진(이범수)의 존재감이 더 우월해 보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로 다가왔다. 단 한 가지만을 바라보고 쫓는 림계진의 모습이 영화적 설정과 개연성 부분에서 더 설득력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우리 시각에서 ‘좋은 사람’ 장학수를 ‘나쁜 놈’ 림계진이 ‘진짜 나쁜놈’이라고 설득하는 충분제로만 사용하는 연출 방식이 너무도 아마추어처럼 다가왔다. 관객에게 선택의 순간이란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그저 강요하는 방식은 이 영화가 가진 최악의 미덕이 된 셈이다.

이미지중앙
결론적으로 ‘더글라스 맥아더’를 연기한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의 출연은 눈요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그가 출연한 분량 전체를 편집한다고 해도 극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여기에 의미 없는 명언 남발은 지금은 사어(死語)가 돼버린 ‘공산주의’에 대한 안보 의식 고취를 자극하는 장치로만 남을 뿐이다.

영화 기획 단계부터 1000만 흥행을 자신했던 제작사는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심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의 600만 흥행이란 숫자가 그들의 발끈함을 증명한 결과라고 하기엔 설명 불가능한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은 분명 못 만든 영화다. 하지만 이런 흥행의 결과는 분명 앞으로 충무로의 제작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