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진행된 영화 ‘1987’ 언론시사회에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장준환 감독이 참석했다.
‘1987’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실화 소재 영화로 한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격동의 시간이었던 1987년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했고 사실적 접근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오는 27일 개봉.
▲ 영화를 본 소감은?
“옆에서 하도 훌쩍여서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런 걸 자뻑이라고 하죠? 비록 상업영화지만 진짜 진심을 다해서 87년도에 양심의 소리를 내시고 길에서 싸우고 땀 흘리고 피 흘린 그분들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다(장준환 감독)”
“추운 날씨지만 영화를 본 지금은 몸에 열이 오를 것 같다. 박처장 역을 맡았는데 내가 맡은 배역을 내가 미워할 줄 몰랐는데 미운 모습이 떠오른다(김윤석)”
“이 자리가 시시회가 아닌 법정처럼 느껴진다. 죄인이 된 느낌이다(박희순)”
“상업은 뭔가를 파는 것인데 파는데도 여러 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큰 돈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의 틀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면 진짜 정성이 담긴 상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관객의 입맛에 안 맞을수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이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장준환 감독)”
▲ 격동의 세대인 1987년을 왜 인물 드라마로 보여주고 싶었는가?
“포스터 카피에도 있지만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 그걸 담고 싶었다. 온 국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자각한 상태에서 의미가 있던 해다. 사실 난 요즘 그렇게 뜨겁지도 않고 순수하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1987년을 바라봤을 때 그 사람들의 온기와 양심이 나한테도 많은 용기가 됐다. 그런 부분에서 모든 캐릭터가 다 주인공이 되는, 온 국민이 주인공이 된다는 걸 만들고 싶었다(장준환 감독)”
“시나리오의 초고부터 봤는데 과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영화적 재미를 담아서 가치있는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마지막 수정본을 보고 만족스러웠다. 나도 그 당시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하게 됐다(김윤석)”
“이 사건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1987년은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데 강 건너에서 대학교 형들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왜 수류탄 냄새가 날까 생각을 하며 하교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촘촘히 구성된 이야기가 놀라웠다. 어떤 시나리오보다 밀도가 높았다. 사실이기 때문에 재미라는 말을 하기도 어렵다. 충격적이어서 결정했다(하정우)”
“나도 밀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마지막 부분을 읽었을 때 아픈 현대사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희망을 보게 하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유해진)”
“30년전 일이지만 현재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용기 있는 시민의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가해자 역할을 하게 돼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박희순)”
▲ 가장 어려운 역할을 맡았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배우가 나일 텐데 갈등을 많이 했다. 영화에 나오는 ‘탁치니까 억’이라는 대사를 제가 치게 될 줄 전혀 몰랐다. 난 그 대사가 일간지 신문 헤드라인으로 도배된 걸 본 세대다. 30년 뒤에 이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박종철 열사가 고등학교 선배다.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고증에 최선을 다해보자 생각해 맡게 됐다(김윤석)”
“처음 장준환 감독과 만났을 때 내가 시대를 대하는 생각을 먼저 물어보셨다. 그때 시간이 되는 한 매주 광장에 나가려고 노력하던 상태였다. 광장에 나갈 때 마음은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다. 마지막 엔딩을 보고 마음 속에 있던 희망이 확 타오르는 느낌이었고 그게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그 후에 희망을 봤다. 우리는 광장에 모여 이뤄낼 수 있는 사람들, 국민이라는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김태리)”
▲ 무거운 영화 속에서 탄성을 주는 캐릭터는 의도한 설정인가
“남영동 아저씨들이 수직적이고 딱딱했다.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물렁함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연기했다. 장준환 감독과 상의해서 물렁함을 담았다(하정우)”
▲ 주연을 맡아도 어색함이 없는 배우들이지만 분량이나 배역이 적다
“배우들이 모두 참여해준 것이다. 장준환을 믿고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다들 짧게 나오지만 누구 하나 잊혀지지 않고 인상 깊게 조각되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이었다(장준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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