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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매력 알렸다" 아침 7시 열린 이색 토크 콘서트
순천대 건축학부 이동희 교수, 사진전 종료 후 청중들과 교감
일본 유학시절 집필한 자작시 '1·5인의 여행' 낭독 인상 깊어
국립 순천대학교 건축학부 이동희 교수(사진 왼쪽)의 건축 사진전이 종료된 후 작가와의 토코 콘서트가 지난 달 31일 순천 신대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신대도서관 제공]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이윽고 아침에 돋아난 강렬한 해가 네모난 창들의 셀로판지 프리즘을 통과해 건물 내부를 깊숙이 비춘다.

아침 7시, 순천시립신대도서관에 스며든 형형색색의 빛들이 책장에 꽂힌 장서들을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두들기며 시간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신대도서관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공간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동희 교수의 건축 사진전'이 성황리에 종료된 가운데, 시민과 작가와의 만남인 이색 토크 콘서트가 주말인 31일 오전 7시부터 신대도서관 1층 책마루홀에서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개최된 사진전(7.22~8.30)을 되돌아 보고, 20여 점의 작품 속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마련된 자리.

40년 간 건축사진을 촬영해 온 국립순천대학교 이동희 교수(건축학부)와 시민들과의 만남인 이색 토크 콘서트가 아침에 열린 것이다.

이 행사는 사진에 담긴 아름다운 시공간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신대도서관 직원들이 특별히 추진했다고 한다.

이동희 교수는 이 자리에서 "쓰는 건축, 읽는 건축, 보는 건축 중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읽는 건축'을 오늘 여러분께서 체험하셨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순천시립 신대도서관 벽면을 뚫고 들어온 아침햇살이 셀로판지 너머로 도서관 내부를 깊숙이 비추고 있다. 콘서트가 열리기에 앞서 이동희 교수가 투과된 빛을 배경으로 관람객들에게 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사진전 장소인 신대도서관 벽면에 뚫린 27개의 창에 일일이 오색 셀로판지를 붙여 빛을 투과하게 하는 방법은 어떻게 고안됐을까.

신대도서관 김승현 팀장은 "이 교수께서 프랑스 건축 여행 중에 촬영한 롱샹성당의 창 사진을 보내 주셨고, 그것을 모방(오마주)해서 우리가 셀로판지를 사다가 오려 붙였다. 새벽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보면 지금보다 20배는 더 아름답다"며 "영롱하고 신성한 그 맑은 빛에 보는 사람 모두가 감동을 받고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 진행을 맡은 엠스테이의류점의 장운태 대표는 "건축과 사진과 시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 교수의 부지런함과 예사롭지 않은 심미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신대지구가 삭막한 아파트 숲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사진에서는 도서관이 마치 그랜드 피아노처럼 대지 위에 앉아 있고, 그 뒤로 아파트들이 마치 책장과 같은 느낌으로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 교수는 아침 일찍 토크 콘서트장을 방문한 청중을 향해 "신대도서관 건축사진 작업을 의뢰 받고 어떻게 촬영할까 고민하던 차에, 균질한 콘크리트 아파트 숲 속에 자리한 이 도서관을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오아시스로 생각하고, 주변 환경과 건축물의 맥락을 함께 잡아내는 콘셉트로 담아 냈다"고 말했다.

또한 "매직아워라고 해서 낮과 밤이 바뀌는 저녁 무렵엔 태양광과 인공광이 같이 비추는 시간이 있는데, 그 오묘한 시간을 선택해서 이 사진을 촬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천 신대지구 아파트 숲에 둘러 싸인 신대도서관을 오아시스로 설정하고 촬영한 야경이 여유 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어서 사회자의 요청으로 이 교수는 일본 유학시절 일본어로 작성한 '1.5인의 여행(1.5人の旅)'이란 시를 소개해 청중의 호평을 받았다. 이 교수는 '문학 소년'을 꿈꾸며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시를 써 오고 있다.

"홀로 하는 여행은 너무 외롭고, 둘이서 하는 여행은 괜히 신경이 쓰이지. 호젓한 산길을 거닐다가 문득 혼자임을 느낄 때, 어느 새인가 다가와 발걸음을 맞추는 사람. 늦은 밤 술집에서 홀로 술을 마실 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잔을 채워주는 사람.(중략)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있는 것 같은,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도 아닌 또 다른 1·5인."

이 교수는 유학생 시절 나고야를 홀로 여행하던 중에 늦은 밤 어느 선술집에 들렀다가 "만약 지금 내 곁에 술 한잔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어떤 친구가 가장 어울릴까에 대해 생각하다가 쓴 시" 라고 소개했다.

가난한 유학생이 타국에서 공부하며 외로움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한 사람도, 두 사람도 아닌 1·5인으로 에둘러 표현한 시로 평가된다.

"인생 길은 여행길이잖아요. 내 옆에서 함께 길을 걷지만 너무 관심을 갖지도 또 무관심하지도 않은 교집합 같은 친구, 그런 물과 공기 같은 친구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이 교수)

이동희 교수.

충북 제천 출신인 이 교수는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 오이타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방문 교수를 역임했고, 2005년부터 국립순천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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