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우리말 병기 했어야"...4억 행사에 감수 안 해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광복절을 맞아 음악 축제를 추진하면서 대외 홍보용 포스터를 영문으로만 표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사장 박성현)에 따르면 15~17일까지 3일 간 오후 3시부터 여수세계박람회장(엑스포해양공원) EDG 구간에서 EDM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항만공사가 제작한 포스터에는 ‘UFO Music Festival in Yeosu EXPO’라는 슬로건으로 사흘 간 현장 발권을 통해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한다고 밝혔다.
앞서 배포된 홍보용 보도자료에는 출연진을 소개하면서 DAISHI DANCE, DJ KOO, Fenner, Juncoco, Vandal Rock 등 국내‧외 유명 DJ 24개 팀이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공연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언급된 출연진 가운데 'DAISHI DANCE'는 일본인 DJ '다이시덴스'라고 했고, DJ KOO(디제이 쿠)는 가수 구준엽을 가리킨다고 여수광양항만공사 행사 담당자는 강조했다.
이 밖에 'Fenner(페너)'는 영국인 DJ이고, Juncoco(준코코), Vandal Rock(반달락) 등 호화로운 출연진이 섭외됐음을 포스터를 통해 알리고 있다.
그러나 홍보용 포스터 전면에 한국어는 찾아볼 수 없고 전부 영어로만 표기하고 있고 맨 마지막 줄에 '주최·주관사' 정도만 우리말로 기재 했을 뿐이다.
'여수 밤바다' 여행을 떠난 순천시민 남모(34)씨는 "포스터를 배포하고 홍보용 보도자료를 낸 것은 음악 축제에 많이 오셔서 즐기라는 취지일 것인데 포스터는 온통 영어만 빼곡히 적혀 있어 관객을 골라서 입장 시키겠다는 의도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포스터"라고 비판했다.
손희하 전남대 명예교수(국문과)는 "8·15(광복절)는 우리가 외세에서 벗어나 독립되는 날인데, 포스터를 보니 우리 국어는 독도 만큼이나 쪼그라 들어 지나치게 외세 의존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고 분노가 치밀 정도"라며 "국립국어원에는 '공공언어과' 부서가 있을 정도로 공공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정부 공공기관이 국어기본법 조차 안 지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인권을 경시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한글로 작성해야 하며 필요시 괄호 안에 한자 또는 외국어를 병기(竝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음악회 포스터의 경우 영어로만 표기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여수광양항만공사 측은 지난 7월 '여수세계박람회장 EDM 페스티벌 행사대행 용역'을 발주하면서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이유로 '긴급 입찰'에 부쳐 특정 업체와 일반경쟁(협상에 의한 계약) 입찰을 통해 4억 46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행사 대행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발주기관인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번 EDM 축제는 행사대행 용역사에 맡겨 일괄 제작한 포스터로서 별도의 검수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우리말로 알기 쉽게 제작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