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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대 설치와 점진적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
광주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이재석

이재석 지스트 명예교수

[광주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이재석] 의료분야 전공이 아닌 사람이 왜 의료 관련 정책 논의에 나서냐는 의사 친구의 조언이 있었다. 그러나 굳이 다시 펜을 들어 흥정에 끼어든 이유가 있다. 장기는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고, 장사는 흥정을 붙여야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요즘 국가 정책으로 떠들썩한 의대 증원정책이, 정치권의 강 대 강 대립과 같이, 정부와 의료관계자 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환자 가족 단체나 국민의 의견은 논의에 낄 여지가 없다. 타협에 나서야 할 대의기구의 역할도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에서 제3당의 필요성이 요구되듯, 의료정책에 대한 제삼자의 의견 개진이 필요할 것 같다.

파격적인 2000명 의대 증원이 미래 국가 운명을 어떻게 좌우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할 때다. 많은 관계자로부터 의료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수도권 6600병상 증설의 문제점을 포함한 병상 총량제, 공공의료 확충, 지역 소멸, 취약지구의 의료환경 개선, 비급여 분야의 확대 등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정책이 많이 제시됐다.

이런 문제가 의대 증원으로 해결될 것인가를 정부와 의료관계자 사이에서만 논하지 말고, 영향을 크게 받는 국민을 포함하여 협의하기를 바란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 일부 의사도 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1년에 2000명을 증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협의의 당사자와 국회 등 제삼자가 협의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내가 전공으로 한 과학계 입장에서도 의견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입시 환경에서 대학 진학 분야 선호도를 고려하면, 과학계를 지원하고 싶었던 입시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 제시된 의대 증원 숫자는 지역에 있는 과학기술대학의 입학생 수와 거의 일치해 대학 입시생의 마음을 휘어잡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정부예산에서 연구개발비가 엄청 많이 삭감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입시생들의 대학 진학 방향이 의과대학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이러한 우려가 나만의 생각일까? 이러한 의대 증원계획이 성공하여 5년 또는 10년 후에, 비록 의료환경은 개선되었다 하드래도, 과학 분야와 산업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측은 해 보았을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과학계 일원으로써, 정부와 의료관계자 간 강 대 강 국면에서 제삼자가 훈수를 두면 받아드릴 수 있을까?

정책 입안자들은 의사가 부족하여 증원이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왕에 지금까지 증원하지 못했는데, 좀 더 숙고하면서 국가 정책을 결정했으면 한다. 의료관계자와 타협 수준의 증원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증원 숫자를 늘리고 줄여가는, 그 대신 증원 기간을 더 길게 연장한다면 파격적인 의대 증원의 사회적 파장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당장 필요한 시설이나 교수 확보 등 의료 교육환경을 개선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의료관계자는 필수의료 분야의 개선은 의대 증원에 의한 낙수효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분야의 관계에서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 전국의 의료수가 조정이 아닌, 소멸 가능한 지역에서 개업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처럼 의료수가 조정은 준공공의료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의대에 증원과 함께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의사들의 자유로운 개업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붕괴하는 지역 의료체계와 의료 수요공급의 수도권 집중 상황은 막아야 한다. 수도권의 빅5 병원과 개업의에 의존하는 국가 의료체계와 의료행위 거부로 인한 불안한 의료체계로부터 지역의 공공의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의 인재를 장학금과 좋은 개업 조건을 제공하여 의사를 양성한다거나 공공의료에 편입한다면, 필수의료를 해결할 방안이 없지 않다. 더 나아가 일본의 자치의대 성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의대가 없는 광역지자체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각 지자체에서 필요한 의료분야의 의대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하면 어떨까?

심지어 지역소멸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산업화 과정이나 고령화 사회, 그리고 자치의대까지 각 분야의 문제점을 우리보다 한세대 빨리 겪는 일본의 예를 관찰 분석한다면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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