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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창 서해해경청장 특별 기고
안전한 바다, 선제적 사고 예방에서 시작해야 한다
“위험요소 사전에 제거해 최악의 상태에서 구조하는 상황 막아야”

김인창서해해경청장

전국 곳곳에서 해양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여수 인근해상에서 조업하던 연안통발 어선이 전복되어 어려운 상황에서 다급히 구조작업을 진행했음에도 안타깝게 선장이 숨지는 등 매년 인명과 재산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해양경찰은 다수의 실전경험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최근 3년간 약 98%에 달하는 인명 구조율을 달성하였지만, 사고 대응만으로는 ‘안전한 바다’를 만들어 나가는데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예방 활동’이 이뤄져야 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해 기상악화 시 구조대원이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며 구조하는 최악의 상황은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서해해경은 세 가지 사안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어업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해양기상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여 기상악화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 첫째이다.

해양경찰은 기상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수시로 급변하는 해양기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위험에 노출된 선박과 어업인들에게 신속하게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해해경은 기상악화로 인한 해양사고의 대부분이 풍랑예비특보와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중간시점에 발생하여 대피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광주기상청과 함께 사고 당시 기상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하여 한박자 빠른 예비특보를 발표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또한 해양기상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풍랑이 최고로 높이 이는 해역과 시간대를 미리 파악하고 안전해역으로 사전대피 유도 문자를 어업인들에게 전송해, 본격적인 기상악화 이전에 대피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다음으로는 ‘전복사고 예방을 위한 선박 복원성 확보’이다.

최근 사고 사례들을 보면, 앞선 경우와는 또 다르게 해양기상이 양호한 상황에서 선박이 전복돼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선박 복원성 상실이며, 문제가 되는 위험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야한다.

주요 위험요소는 선박 불법 증축과 개축, 어구 과다적재이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의 선박은 철선이나 목선에 비해 가볍고 부력이 좋은 장점이 있으나, 상부에 어구를 조금만 적재해도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상승하여 전복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이에 서해해경은 복원성 저해 요소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작년 6월 이후 총 88건의 불법 증·개축 단속활동 등을 실시하는 한편, 사고 사례와 예방 수칙이 담긴 ‘어선 전복사고 예방 리플릿’을 제작·배포해 계도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한, 내부직원과 외부전문가(KOMSA 등)로 구성된 ‘어선 전복사고 예방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여 어선 건조단계에서 복원성 기준 강화를 비롯한 예방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노력을 지속 중이다.

마지막으로 취약시간대 연안에서 자동조타 운항으로 발생하는 사고 예방 활동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취약시간대 교통량이 많은 연안에서 자동조타 운항은 상당히 위험하다.

상대적으로 큰 화물선이나 속도가 빠른 낚시어선들이 취약시간대에 자동조타 모드로 운항을 하다 충돌할 경우 다수의 인명피해는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자동조타 운항은 돌발상황에서의 기민한 대처를 어렵게 하고, 졸음운항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해해경은 선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인식을 같이 하고, 홍보물을 제작 배포하며, VTS의 적극적 관제와 병행하여 선박운항자들을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있다.

어업인들은 해양경찰이 안전하게 지켜야 할 대상이며 함께 걸어 가야할 동반자이다.

해양경찰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업인들과의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해양기상 정보 제공 서비스’와 ‘선박 복원성 확보’ 그리고 ‘자동조타 지양’은 간섭과 규제가 아닌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들이다.

해양경찰은 어선안전진단, 경비함정 안전관리 지원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해, 어민들이 위험에 처할 때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인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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