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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락하던 광주 구도심 농성상권에 ‘미스터 초밥왕’ 뜨다
대한민국 명장 안유성 , 빈집 리모델링 후 핫플레이스 변신
가매초밥•평양냉면•나주곰탕•브런치카페 등 콜라보 인기
특급호텔•일본서 익힌 32년 요리 내공, 후배들에게 전수
광주 최초의 대한민국 조리명장 안유성 가매 대표가 쇠락해 가던 농성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에 나섰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몇해전 나이 지긋한 손님이 딸과 함께 오셨는데 ‘사장님 오늘이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습니다’고 말해 깜짝 놀라 사연을 물었어요. 말기암 환자분이었는데 농성동 단골집 초밥이 너무나 그립다고 했어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음식에도 영혼이 있는 이유입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 이곳은 인구 145만명이 살고 있는 광주의 배꼽같은 동네다.

하지만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동네 역시 극심한 도심공동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골목을 5분쯤 돌다보면 알 수 있다. 빈집과 오랜기간 방치된 건축물의 고독함이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냐오옹” 길에서 마주친 줄무늬 들고양이 두 마리가 음식물쓰레기를 뒤지다 쏜살같이 사라졌다.

오래된 단독주택이 즐비한 이 마을은 인근에 신도시가 건축되면서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 나갔다. 지금은 고령인구와 빈집이 늘고 있는데 도시미관은 물론 쓰레기 무단투기, 붕괴위험 등 어둠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상권 역시 쇠락했다. 사실 상권이라고 할만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맛의고장 광주에서 가매 안유성 대표가 최초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그는 32년 초밥 연구에 매진했고 여기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사회와 공유할 계획이다. 서인주 기자

광주 최초의 대한민국 조리명장 안유성 가매 대표(53)가 죽어가던 농성상권 프로젝트에 나섰다.

남도식 초밥, 평양냉면, 장수나주곰탕, 브런치카페 등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외식아이템을 농성상권에 순차적으로 도입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총대는 안 대표가 맸다. 그는 최근 정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조리명장에 선정됐다. 절차가 까다롭고 경쟁력이 치열한 명장 타이틀은 ‘맛의고장’ 광주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자부심이 큰 만큼 책임감도 컸다.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이제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작용했다. 그래서 농성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민간주도로 첫 시도했다.

안 대표는 농성동 인근에 외식업 취업창업 아카데미를 설립, 재능을 기부할 예정이다.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초밥집 가매를 큰형님 삼아 평양냉면전문점 광주옥, 장수나주곰탕, 청년창업가와 협업한 브런치카페 라이크앤이 튼튼한 심장처럼 돌아가고 있다.

핵심전략은 톡톡 튀는 창업 아이템과 탄탄한 경영 꿀팁에 있다.

이를위해 32년간 초밥에 올인하며 터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초밥은 단순해 보이지만 수백가지의 기술이 들어간다. 쌀의 종류, 물의양, 공기주입, 손놀리기, 생선고르기, 모듬회 숙성, 발효식초, 계절별 식재료, 칼놀림 등 다양하다. 예를들어 생선도 계절별, 부위별, 숙성별, 지역별로 다 다르다. 이론으로 익힐 수 없는게 요리인만큼 실전감각과 경험이 중요하다.

농성동 구도심에 오픈한 브런치까페 라이크앤은 커피나 음료 한잔을 시키면 예쁜 장미꽃이 함께 나온다. MZ세대 등이 몰리면서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서인주 기자

농성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는 단순함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음식에 대한 철학 역시 단순 명료하다. ‘기본에 충실하자’가 주요골자인데 한마디로 좋은 재료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십년 초밥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쪽방에서 잠을 자며 초밥을 배웠고 부족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일본으로 수시로 건너갔다. 내친김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했고 발효특허를 출원하면서 전문성을 쌓아갔다.

“값은 비싸지만 맛있잖아”

가매를 찾은 손님들의 반응이다. 상견례와 돌잔치, 접대 등 고객들이 몰리면서 가매는 20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이북 출신의 어머니는 그의 멘토다. 48년동안 나주에서 곰탕과 한식집을 운영한 어머니는 꼼꼼하고 깐깐했다. 자연스레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평양냉명 전문점 ‘광주옥’과 장수나주곰탕이 탄생한 배경이다.

특히 광주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은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냉면의 불모지’로 알려진 광주에서 이례적인 사례가 나온 셈이다.

광주옥을 만들기 전 안 대표는 전국 200여곳의 냉면집에 발품을 팔았다.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하도 냉면을 많이 먹어 지금은 한 젓가락만 먹어도 재료와 양념 등을 AI처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2019년 문을 연 장수나주곰탕은 나주식 그대로를 재현했다. 당일 나주에서 공수한 신선하고 품질높은 고기로 육수를 만든다. 묵직한 유기방자 녹그릇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브런치까페 라이크앤은 오픈한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전국 핫플레이스로 인기가 높다. 커피나 음료 한잔을 시켜도 아름다운 장미한송이가 딸려온다. 오래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 했는데 열대 야자수 등 옛날 정원을 그대로 살려냈다. 울긋불긋 꽃송이로 채워진 분수도 셀링포인트다.

나주에서 50년간 한식당을 운영하신 어머님의 손맛을 물려받은 안 대표가 전통의 맛을 살린 장수나주곰탕을 선보였다. 서인주 기자

광주 서구청도 대한민국 명장들과 함께 하는 협업프로젝트를 고심하고 있다.

문광호 서구청 문화경제국장은 “광주 서구에서만 조리와 제빵 분야에서 대한민국 명장이 2분이나 나오셨다. 서구를 넘어 광주, 대한민국의 보물같은 자원들이다” 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안유성 대표는 “얼마전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큰 영광을 국가로부터 인정 받았다. 이제는 후배들과 예비창업자 더 나아가 지역을 위해 일해 볼 계획” 이라며 “우선 매장이 있는 농성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어 활력있는 도심으로 탈바꿈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식업은 본인이 설거지 등 밑바닥부터 모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마음가짐인데 편하게 일하려는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 며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창업아이템을 비롯해 중장년, 여성 등 특화 아이템으로 농성상권을 변화시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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