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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8〉 섬말나리(Lilium hansonii Leichtlin ex Baker)
나리 중에 ‘참’나리, 섬말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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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식물 이름을 딴 지명이 있다
. 나리분지, 나리촌이 그렇다.

화산섬 울릉도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유일한 대규모 평지가 있는데, 바로 나리분지다.

나리분지에 들어선 마을을 나리촌이라 부른다. 현지 어르신 말씀으로, 옛적에는 분지 일대에 섬말나리가 지천이었다고 한다.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먹거리가 없을 때, 섬말나리 뿌리를 캐서 인편을 떼낸 다음 나리버무리떡(나리 인편을 밀가루 또는 쌀가루와 함께 버무려 만든 떡)을 해서 먹거나, 곡식과 함께 앉혀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한다.

연세가 많으신 현지 어르신에겐 목숨을 잇게해준 고마운 추억의 구황식물인 셈이다. 현지에선 섬말나리를 먹을 수 있다고 나리라 부르고, 참나리를 못먹는다고 나리라 부른다.


국내 자생 나리를 살펴보면 종류가 꽤 많다. 나리류 이름 앞에는 잎과 꽃이 달리는 모양에 따라 다양한 접두사(또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늘을 향해 피는 나리를 하늘나리로, 옆을 향해 피는 나리를 중나리로, 땅을 향해 피는 나리를 땅나리라 부른다.

잎이 돌려나는 나리를 말나리로, 잎이 솔잎을 닮은 나리를 솔나리라 부른다. 따라서, 이름만 알아도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늘말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잎이 돌려나는 나리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알면 알수록 숲길이나 숲속을 들여다 볼 때 이름을 불러주는 경우가 많아진다.

친근하고 아는 식물이 많아질수록 숲에서 나누는 자연과의 대화가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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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말나리(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그런데, 나리류 꽃이 피는 방향이 저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큰 꽃이 달리는 백합속 대부분은 비바람의 피해를 안받도록 꽃이 옆이나 땅을 향해 핀다.


하늘을 향해 피는 하늘나리와 하늘말나리는 꽃잎이 작고 좁게 진화해서 비바람의 피해를 덜 받는다. 날개하늘나리는 아주 크게 달리는데도 하늘을 향해 핀다. 날개하늘나리의 꽃잎은 빗물이 밑부분에서 막히지 않도록 주걱모양 또는 거꾸로 된 피침형이라 비바람의 피해를 피해간다.


열대 관엽식물 몬스테라 잎은 아주 크게 달리는데 잎에 큼지막한 구멍이 군데군데 나있다. 폭우시 비가 고이지않도록 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유럽 원산 도깨비산토끼꽃의 경우, 마주나는 잎 기부가 줄기를 감싸면서 접시처럼 연결된다.

여기에 물이 고이는데, 진딧물 등 수액을 빨아먹는 해충이 줄기를 기어오르는 것을 방지한다. 식물이 생존하기 위해 취하는 저마다의 생존전략은 늘 놀랍다.

섬말나리(Lilium hansonii)는 국외에선 중국에, 국내에선 울릉도에만 분포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잎이 돌려나는 말나리인데, 울릉도 섬에서 자란다.

낙엽수림 하부, 완만한 경사면에서 울릉산마늘, 섬노루귀, 큰두루미꽃, 큰연영초 등과 어울려 널리 생육한다. 높이 50~100정도로 자란다. 잎은 돌려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돌려나는 층이 늘어나는데, 3층까지 돌려난다.

내륙에 자생하는 말나리, 하늘말나리(1층만 발생)와 다른 점이다. 여름에 황적색으로 피는 내륙 말나리류와 달리, 섬말나리 꽃은 6~7월에 노랑색으로 핀다. 꽃송이는 원줄기 끝에 4~12개 정도 달린다.

열매는 삭과로 지름 2~4정도로 둥글고, 9~10월에 성숙한다. 뿌리는 비늘줄기로 마늘 모양으로 달리고, 비늘줄기를 구성하는 각각의 인편은 달걀 모양이고, 약간 붉은 빛을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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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말나리 열매(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차광이 되는 반그늘에 재배하여 여름철에 바람이 잘 통하고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다. 토양은 사질양토에 부엽을 충분히 섞어 사용하여, 배수성과 보수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울릉도 현지 자생지에선 반음지 또는 음지에 생육하나, 배수성과 통기성을 맞춰주면 햇볕이 드는 환경에서 노지재배도 가능하다.

종자 번식, 인편 삽목 모두 가능하다. 9~10월경 채취한 종자를 노지에 직파하거나 저온저장 후 봄 파종을 해도 된다.

다만, 종자 충실률이 떨어져서 종자를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렵고, 실생묘에서 개화주가 되기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것이 단점이다. 빠른 개화 및 대량증식을 기대한다면, 인편삽목을 통한 대량증식이 일반적이다.

녹소토(배수성과 통기성을 동시에 갖춘, 삽목 전용 용토)에 반그늘에서 하루 정도 말린 인편을 2/3 정도 깊이로 꽂고 수분관리를 해주면 한 달 정도 지나면 인편 하나당 1~2개의 자구(子球 : 원래의 비늘줄기나 덩이줄기에서 발생한 새끼)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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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말나리인편삽(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원예·조경용

자생 나리류는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분포한다. 꽃집, 화훼공판장, 화단에서 흔히 접하는 화려하고, 더러 향기도 진한, 그러나, 열매는 달리지않는 품종 나리가 흔히 유통되고 있다.

백합으로 통칭되는 품종 나리는 다소 인위적이고, 꽃도 빨리 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국내 자생 나리류는 주황색 또는 황적색으로 품종 나리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유전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울릉도 특산 섬말나리는 특이하게도 꽃이 노랑색에다 다화성으로 핀다는 점에서 나리 품종 개발에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다양한 자생 나리로 정원이나 전시원을 조성하면 좋은 볼거리가 되겠다.

·약용

나리류는 양분을 지하부 비늘줄기에 저장한다. 섬말나리 비늘줄기는 섬말나리버무리떡, 섬말나리밥 등으로 현지에서 식용으로 쓰고 있다.

조림의 시대에서 간벌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울릉도 현지 숲도 굉장히 울창해졌다. 숲에 유입되는 빛의 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우거진 숲속에서 광량 부족에도 겨우 꽃은 피지만, 종자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직 현지 개체수는 충분하지만, 먼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울릉도 가로길 환경개선을 위해 화단, 꽃밭 조성에 쓰일 섬말나리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있고, 섬말나리밥 판매를 위해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6차산업 농가도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공립 수목원에서 국내 자생 나리류를 전체적으로 수집, 보존, 증식하면서 현지외 보존원 역할을 수행할 나리전시원을 조성하면 좋겠다. 보존을 병행하면서 자생 나리를 활용해 개발한 품종으로 국내 전체 수목원을 조성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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