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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흙수저 보다 못한 종이수저’ 출신 회장님의 나눔철학
2023년 광주시민대상 윤풍식 국민그룹 회장
통신, 안전 등 빈손에서 수백억 알짜기업 일궈
30년 동안 장학금, 소아암환자 돕기 등 기부
고 이희호 여사가 써준 ‘경천애인’ 삶의 좌표

 
그는 여러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기탁했고 백혈병소아암 환자, 캄보디아 의료봉사,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탰다.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서인주 기자] “완도 청산도가 고향입니다. 전기도 없던 시골 외딴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지금으로 말하면 ‘흙수저’도 안 되는 ‘종이수저’였어요. 그때는 모두가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들었잖아요. 그래도 부모님은 콩 한쪽, 쌀한톨이라도 이웃과 나눠먹길 좋아하셨어요. 그때부터 나눔과 봉사의 자세가 몸에 베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광주시가 선정한 시민대상에 선정된 윤풍식 국민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30년간 통신과 안전, 레저 분야 산업을 일구면서 한번도 봉사활동을 손에 놓지 않았다.

여러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기탁했고 백혈병소아암 환자, 캄보디아 의료봉사,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탰다. 그를 지켜본 지인들이 2023년 광주시 시민대상에 추천했고 수상소식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최근 광주시가 선정한 시민대상에서 사회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나눔은 생활의 일부였다. 우선 회사가 돈을 벌면 직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나눴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챙겼다. 매년 직원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니고 솜씨좋은 조리사를 영입해 맛있는 집밥을 내어 주고 있다.

근속연수가 30년에 달하는 직원만 10여명이다. 돈 한푼 없이 통신업에 뛰어들어 수백억 매출을 올린 배경을 사람에서 찾고 있다.

“돈 보다 중요한 게 사람입니다. 특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봐요. 창출한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번에 과분한 상을 받게 됐네요”

‘경천애인(敬天愛人)’

고 이희호 여사가 직접 써준 경천애인 글귀를 볼때 마다 나눔과 봉사에 대한 마음을 다지고 있다.

광주 남구 송암공단 집무실에 반듯하게 걸린 붓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인데 이 글을 써 준 이가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다. 이 여사를 오래전 고향 완도에서 만났는데 92세의 고령에도 일필휘지로 글을 써서 그에게 전했다고 한다. 당시 거동이 불편했던 이 여사가 글을 쓸때 정신을 집중했고 결국 반듯한 네글자를 선물 받았다.

“이 글을 볼때마다 마음이 겸손해집니다. 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났거나 능력이 뛰어나서가 절대 아닙니다. 주변의 관심과 도움 덕에 여기까지 온 것이죠. 이제는 은혜를 갚아야 할 시간입니다”

윤 회장과 20일 1시간 가량 인터뷰를 나눴다.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내비치던 그는 막힘없이 나눔의 철학을 이야기 했고 숨겨진 삶의 스토리도 펼쳐냈다.

[일문일답]

▷ 최근 광주시가 선정한 시민대상에서 사회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 과분한 상이다. 상을 받으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나를 추천했고 뒤늦게 수상 사실을 알았다.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았는데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특히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끼는 후배들에게는 보증이라도 서줘서 사업이나 인생 살아가는데 자리를 잡도록 돕고 있다. 고향 어르신들을 위해 김치를 담아 보내고 새이불과 지팡이를 선물하곤 하는데 내가 더 기분이 좋아진다.

▷ 어린시절을 어렵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국민통신, 국민산업 등을 일구며 성공한 기업인이 됐다. 인생스토리가 궁금하다?

= 아버지가 우체국에서 배달부로 일하셨다. 월급이 얼마되지 않는데 6남매를 가르치다 보니 집에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우리보다 가난한 집을 위해 밥을 함께 먹고 작은거라도 나눴다. 내가 심부름을 도맡아서 했는데 뭔가 나눈다는 기쁨을 이때 알게 됐다. 고등학교를 광주로 왔는데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공부에는 흥미가 없다고 생각해 부산으로 가출했다 잡혀오기도 했다. 우연히 통신분야를 접하게 됐는데 전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에 들어가 일을 배우고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됐다.

▷ 장애인 고용 등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재투자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전 직원 해외연수 등 직원복지도 돋보이는데 경영소신은?

=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매년 해외여행을 가고 있다. 코로나19 때는 제주도라도 가면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가 사람이다. 부동산, 주식 같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국민이 자리를 잡고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은 함께 해준 직원들의 공이다. 그리고 주변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은혜를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안공항 면세점 등 문화여가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여행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빛과 그늘은?

= 완도관광호텔을 운영중이다. 지역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돌멩이, 나무 하나에도 스토리를 만들어 상품화해야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완도의 경우 김이나 전복양식장도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공무원의 마인드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관광도 세일즈다.

예를들어 지역에 호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간다.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인프라가 구축된다. 이 때문에 사람과 돈이 몰리게 된다. 불친절, 바가지 근절도 필요하다.

광주군공항 이전문제가 핫이슈가 되고 있는데 광주시가 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광주와 전남은 결국 한덩어리 아닌가.

지난달 광주시가 선정한 시민대상에 선정된 윤풍식 국민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30년간 통신과 안전, 레저 분야 산업을 일구면서 한번도 봉사활동을 손에 놓지 않았다.

▷ 국민그룹을 소개한다면

= 통신에서 시작했다. 대기업 협력업체로 유무선 총괄관리를 맡고 있다. 통신매출은 200억 가량인데 벌써 33년이 지났다. 업계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매우 뿌듯하게 생각한다.

국민산업은 정부시설물 보수보강 사업을 하고 있다. 특허만 31개인데 철근을 대신할 수 있는 판넬, 염해 방지 페인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시설물에 대한 보수 보강과 서울지하철 내진 관련해서는 독보적으로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주안산업은 서울에서 섬진강까지의 고속도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매출은 400억 가량이다.

이밖에도 호텔, 임대사업, 물류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완도에 5000평 규모의 냉장냉동 창고를 신축할 계획이다.

▷ 존경하는 인물이 궁금하다. 후배 기업인들에게 조언 한말씀?

= 사람을 섬기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한다. 먼저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가고 안전하게 유지된다. 돈은 남의 눈에 보이면 내돈이 아니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 그래서 남화토건 최상준 회장을 존경한다.

▷ 평소 건강관리는

=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게 중요하다. 살다보면 나에게 맞지 않는 사람, 실망을 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이 사람 중에서 내 사람이 되기도 한다. 긍정이 주는 선물이자 복이다.

술을 즐겨 마시는데 매일 새벽 1만보 이상을 비가오나 눈이 오나 걷고 있다. 이게 만병통치약이다. 걷는 것 만큼 건강에 좋은 게 없다.

▷ 지역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 구인구직 미스매칭이 심각하다. 청년들이 서울, 대기업, 공무원을 선호하는데 이걸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5~6년 공부하고 재수까지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일이라는것은 재미가 있고 보람과 성취감을 느껴야 오래할 수 있다.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대기업에서 피 터지게 일하고 마흔도 안돼 구조조정 당하는 일이 많다. 맡은 분야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 입사가 자랑인 시대는 끝났다. 대학교수들도 학생들의 생각을 바꿔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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