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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4〉 백선(Dictamnus dasycarpus Turcz.)
산호랑나비와 공존하는 약초, 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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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국내 자생 운향과에 산초나무
, 초피나무, 탱자나무, 황벽나무, 상산, 머귀나무, 쉬나무 등이 있다. 운향과 식물 중에서 백선(Dictamnus dasycarpus)특이하게도 여느 목본과는 달리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백선은 만주, 중국, 동부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국내에선 전국의 산지에 자생하는데, 해발 1,000이하 낮은 야산에서 양지바른 풀밭에 키낮은 잡목들과 함께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2~4쌍의 소엽으로 구성된 홀수깃모양복엽이며, 엽축에 좁은 날개가 달린다. 꽃은 4~6월에 연한 분홍색으로 핀다. 꽃잎은 5장이며, 꽃잎에 홍자색 무늬가 들어간다.

열매는 별 모양의 삭과로 6~7월에 익는데, 봉합선(열개선)5갈래로 갈라진다. 5개로 구성된 각각의 씨방에는 검고 반질반질하고 딱딱한 종자가 1~3개 들어찬다.

백선 뿌리는 호기성(好氣性)으로 땅 속을 얕게 뻗으면서 비대해지는 성질이 있다. 뿌리가 희고 깨끗하다는 뜻에서 백선(白鮮)이라 부르며, 사방으로 뻗은 뿌리가 봉황(鳳凰)을 닮았다고 하여 약명으로는 봉삼(鳳蔘)이라고 한다.

백선 꽃차례와 꽃자루에는 방향성 정유를 분출하는 샘이 발달한다. 가스를 분출하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영명으로는 ‘gas plant’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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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 자생지 모습((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방향성 성분과 꽃잎에 생기는 홍자색 줄무늬는 수분을 도와주는 산호랑나비를 불러들이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호랑나비는 운향과 목본(황벽나무, 산초나무, 초피나무, 머귀나무, 귤나무, 유자나무, 탱자나무 등)에 산란을 하고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다.

산호랑나비는 백선이나 산형과(당귀, 방풍, 미나리, 구릿대 등) 식물에 산란한다. 백선 특유의 기름 냄새를 묻혀서 다른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것 같다.

복어가 독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풀을 뜯어 먹고 생성한 독을 통해 다른 육식어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 불나방 유충이 기생충을 박멸하는 독성이 든 풀을 먹고 기생 파리가 자신의 몸에 알을 낳지 못하게 하는 것, 남아메리카 키푸친원숭이가 노래기라는 곤충을 잡아 노린내를 몸에 묻혀서 모기를 퇴치하는 것도 자신을 보호하는 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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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 열매((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식물은 여러 형태로 종자를 산포한다. 바람에 날리거나, 털이나 점액질을 만들어서 새나 동물에게 묻혀서 이동하거나, 과육을 내주고 동물 배설물의 형태로 퍼지거나, 먹이를 내주고 개미의 운반을 통해 널리 퍼지거나, 나름의 스프링장치를 통해 멀리 튕겨나간다.

봉선화, 제비꽃, 냉이의 경우, 씨방이 익고 외부의 충격(바람, , 지나가는 동물의 충격 등)이 가해지면 봉합선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종자를 멀리 튕겨버린다. 백선, 회양목의 종자 산파방식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공간에서 경쟁을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이 놀랍다.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백선은 양지성 식물로서 강한 햇볕에도 잘 견디며, 추위에도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남쪽 해안지역부터 강원도 석회암지대까지 두루 분포한다. 암석지대, 무덤가, 잔디밭 등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딘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뿌리가 쉬 비대해진다. 가을에 캐서 분주도 가능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종자 번식이 일반적이다.

6~7월경 완전히 익기 전(열개선 끝이 쬐금 벌어진 시기)에 열매를 따서 망에 담아 말리면 열개선이 쩍쩍 벌어지면서 꼬투리와 종자가 간단하게 분리된다.

정선한 종자는 여름에 바로 직파하거나, 봉투에 담아 냉장(1~4)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 3~4월경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된다.

건조에 강하나, 발아 초기에는 말리기 보다는 충분히 관수하여 수분을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커다란 잎과 꽃차례가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시기에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발생하며, 환기 불량시 잎 뒷면에 흰가루이가 잘 붙는다.

주기적인 살충체 살포를 통해 산호랑나비 애벌레, 흰가루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제를 기대할 수 있다.

원예·조경용

꽃이 화려하고 풍성하게 달리므로 분화, 절화용으로 재배해도 좋다. 다만, 생장속도가 빠르고 쉬 비대해지므로 분화로 재배시 지나친 시비로 인한 웃자람을 방지하도록 한다.

2~3년 주기로 분갈이를 해줘서 뿌리썩음을 방지한다.

비대해진 뿌리가 땅을 붙잡고 있는 힘이 좋아서 비탈면 절개지 등에 눈개승마와 함께경관조성용 꽃으로 심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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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 꽃((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약용

약명으로 봉삼이라 불리는 백선은 뿌리를 약용한다. 굵은 뿌리 안쪽에는 심이 발달하는데, 간 독성을 유발한다고 하여 심지를 제거한 뿌리를 백선피(白鮮皮)라 부르며 약재로 이용한다. 백선피의 아토피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현대에 들어서 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약재이기도 하다.

백선피는 피부질환에 주로 쓰이는 약재로 아토피, 피부염, 습진, 무좀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지쪽으로 가래, 천식을 완화하고 호흡기쪽으로는 축농증,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삼척의 어느 산, 벌목 현장에서 식물 천이를 지켜 보았다.

해가 바뀌면서 땅 속에 휴면상태로 잠재되어있던 백선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더니, 어느새 성큼 자라서 금년에는 대형 개체들이 산 전체를 백선 꽃으로 뒤덮었다.

부산, 거제도 등 해안지역에서, 강원도 도처 석회암지대에서, 오래된 무덤가, 공동묘지에서 백선 개체들을 흔하게 만났다.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보면, 백선 개체가 충분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꽃이 화려해서 돈이 된다거나, 사람 몸에 좋다는 것이 대중매체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식물종이다. 활용과 보존 사이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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