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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윤석열 정부의 1년을 돌아보며…현 정부의 노동개혁, 갈등을 넘어 성공으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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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욱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작금의 노동운동 모습을 보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듯하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위태로워보인다. 무엇이 원인일까. 노동 현안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영향이 가장 크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갈등의 골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계와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국민 생활과 산업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짐을 우리는 경험했다. 또 철도나 지하철,버스,택시 노조가 파업하게 되면 국민 생활에 막대한 불편을 끼친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막대하다. 따라서 노동계와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이라는 단어를 불편해 한다. 많은 국민이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해 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노동이란 단어가 불편한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노동과 결합한 합성어가 사회에 불편을 끼친 사례를 경험하였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학습된 영향일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갈등을 불편 부당한 요소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개혁이든 연금개혁이든 기존의 것을 바꾸는 시도를 할 때면 어김 없이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갈등 없는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것이 개혁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길 필자는 당부한다. 필자 역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이 이뤄져 끝내 성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정부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고 진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노 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고, 이로 인해 취업 길이 막히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절망하기도 했다.

노동 현장에서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는 피터 콜먼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이 저서한 갈등을 조정하는 방법(Making Conflict Work)’이라는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생각에 필자는 깊이 공감한다.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지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당시에 필자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화물연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많이 마련했다.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경사노위 자문위원으로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함께 이들의 의견이 정부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화물연대 지도부와의 소통 자리를 만드는 등 해결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했다.

갈등 상황에서 소통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소통이 관계 개선을 위한 투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토교통부와도 관련이 된 노동단체이기에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필자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일이지만,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활동하는 공무원 노동운동가들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수가 2400만명을 넘어섰지만, 노조에 가입한 인원이 300만명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공무원 노동운동가는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노동자이기에 제도 밖에 있는 노동자들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특정 사용주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노동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필자와 같은 공무원 노동운동가를 적극 활용하길 제안한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부처의 노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10년 넘는 노동운동가의 삶을 살면서 노동운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단연 앞장 섰던 공무원 노동가는 노동분야 소통의 최적임자다.

그 이유는 첫째, 국토교통이라는 분야는 국민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건설, 부동산(주택,토지), 철도, 도로, 항공 등 모든 영역이 국토부 소관이다. 세부적으로 본다면 교통분야는 택시노조, 버스, 철도, 지하철 노조와 화물연대 등이 있고, 공적 영역에서는 교통 및 건설, 부동산관련 공공기관들의 노동조합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의 주도로 만들어진 국토교통 공공기관 노동조합 연대회의는 현재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노동조합들로 구성돼 국민들에게 노동운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일에 앞장 서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노동자로서 택시노조, 버스노조, 철도노조, 지하철노조,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관련 노동자 단체와도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둘째, 공무원 노동조합은 노동분야에서 유일무이한 중립자적 위치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공무원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嚴正中立(엄정중립)이라는 사자성어처럼 공무원 노동조합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특히 국내 양대 노동단체(한국노총, 민주노총)에 속하지 않아 양대 노총의 영향력 밖에 있기에 중립자로서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공무원 노동자들은 정부를 사용자로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용자 주체는 바로 국민이다. 흔히 노동조합은 이익단체라고 하지만,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에 국민들에게 더 큰 편익을 취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이 세 가지 이유를 놓고 볼 때 우리 사회가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현재 직면한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공무원 노동조합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단언한다.

실제로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한 국가의 노동운동을 견인하는 모습은 서유럽과 북유럽의 선진 노동국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공무원 노동조합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복지국가로 북유럽, 그 중에서도 스웨덴은 단연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노동계를 견인한다. 스웨덴의 전문직/정부공무원연합(SACO/SR)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노동계를 선도하면서 국가와 정부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발전도 함께 고민하는 모범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한다고 볼수 있다.

갈등은 불()과 매우 유사한 모양을 취한다. 불은 삽시간에 번지고, 이로 인해 자연환경, 생활 터전은 피폐해 진다. 이로 인해 발전은 가로막히고 이를 재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반면 갈등을 잘 관리하면 우리 사회에 더없이 유익한 존재가 된다.

갈등이 심해질수록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만큼 불어난다. 따라서 현재 잔불처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 갈등을 외면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대처하는 것보다는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갈등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공무원 노동운동가인 필자는 이러한 갈등의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공무원 노동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한다. 그동안 공무원 노동운동은 갈등과 투쟁이 아닌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적극 매진해 왔다. 이러한 역할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노동개혁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정부와 노동계가 소통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 소통 없이는 갈등이 해결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 대면 소통이 힘들다면 중립자인 공무원 노동운동가를 활용하길 바란다. 그래야 이번 윤석열 정부가 마주하고 있는 노동 관련 현안이 슬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최병욱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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