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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신 없는 곳'서 치러지는 2023여수거북선축제
"남쪽 왜구 진압하라"는 '진남관' 아닌 세계박람회장 물색
여수 진남관 앞 광장에서 치러진 거북선축제 용줄다리기 행사 자료 사진.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올해로 57회째인 여수거북선축제 개최 장소가 이순신 장군과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옮겨 치르기로 해 장소의 적절성 논란이 불붙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조선을 침략한 왜적을 무찌르고자 이 고장 장졸과 영민으로 편성된 여수 전라좌수영 수군함대를 이끌고 임진년 첫 출정한 날을 기념하는 호국문화제의 역사성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여수시와 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에 따르면 제57회 여수거북선 축제를 다음달 4~7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엑스포장)에서 치른다.

종전 종포해양공원과 진남관(鎭南館:남쪽 왜구를 진압한다는 뜻) 앞 바다가 보이는 이순신광장에서 치르던 박람회장 주무대를 1.7km 떨어진 여수박람회장으로 옮겼다.

지난 1967년 첫 시작된 거북선축제는 2003년까지는 진남관에서 따온 독창성이 가미된 '여수 진남제'로 축제를 열어오다 여수·여천 통합취지에 따라 '진남제·거북선축제(2004)'를 거쳐 현재의 '거북선 축제' 명칭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거북선축제를 올해는 성웅 이순신과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박람회장에서 치르기로 해 호국축제 정체성이 약화됐다는 안팎 지적이 제기된다.

거북선축제보존회에서는 대규모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해 넓은 장소로 주무대를 옮겼다는 설명이지만, 일반적인 꽃 박람회가 아닌 호국축제라는 점에서 역사적 맥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남관'은 조선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사용된 조선수군의 본진으로, 일제강점기 때는 근대식 학교로도 사용된 곳이다.

진남관 일대는 이순신광장을 비롯해 종포공원, 자산공원(이순신 동상, 충무공 광장) 등으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오랜 기간 이어온 거북선축제 전통과 자산이 축적된 곳이다.

인근 광양시에서는 초대형 이순신 철(鐵)동상을 추진 중이어서 이러다가 주도권 마저 뺏기는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웃도시 순천시민 허모(41)씨는 "초등생 아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의 기개와 기상을 심어주기 위해 매년 이순신 축제를 찾는데 올해는 박람회장에서 열린다니 장소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4일 간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출정식을 비롯한 명장면인 통제영길놀이, 용줄다리기, 거북선가요제, 전라좌수영 멀티미디어쇼 등 여러 체험행사와 전시행사가 준비돼 있다.

거북선축제보존회에서는 지난 해 행사 때도 조선수군 복장과 거북선 장식 등이 고증과 달라 졸속에다 왜색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기명 시장은 "올해는 축제기간도 종전 3일에서 4일로 늘렸고, 하이라이트인 통제영길놀이는 중앙쇼핑센터~이순신광장~경찰서~박람회장과 연계돼 축제 정체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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