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 노동자가 숨져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삼성전자 협력사 공장에서 생산 설비가 반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청년 노동자가 숨져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삼성전자 협력사 DK(회장 김보곤)에서 생산 설비가 반출돼 의혹을 사고 있다.
10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삼성전자 납품용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디케이(DK)에서 지난 8일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이후 금형 설비 일부가 회사 밖으로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인된 반출 금형은 창고 보관분이다.
현재 노동청은 금형 반출이 작업중지 명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설비가 추가로 반출됐는지도 살피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 범위는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018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전면’에서 ‘부분’으로 바뀌었다.
이번 작업중지 명령은 디케이의 전체 공정 가운데 사고가 난 호이스트(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계장치) 라인과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유사 공정에만 내려졌다.
노동청은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며 “다른 장비가 반출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디케이는 “외부로 반출한 금형은 수리 업체로 보낸 것이다”며“작업중지 명령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출된 금형이 수리 업체가 아닌 전자제품 부품 생산업체로 옮겨졌다”며 “디케이가 작업중지 명령의 위반 또는 무력화를 시도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25세 청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디케이가 작업중지 명령으로 삼성전자 납품에 차질을 빚자 금형 설비를 제3의 공장으로 반출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합리적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노동청은 당장 디케이를 압수수색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디케이 공장의 호이스트 라인에서는 지난 7일 오후 9시 14분쯤 20대 노동자가 약 1.8t 무게인 철제코일 아래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제코일이 연쇄 이동해 작업대에 충격이 가해졌고, 작업대에 오른 코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A씨를 덮쳤다.
현재,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여부를, 노동 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디케이는 공기 가전제품, 생활가전 부품, 자동차 외장부품 등을 생산하고 정밀 프레스금형을 개발·제작하는 삼성전자 협력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방문해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