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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건호 선임기자의 칼럼] 들리는가?

우울하다. 우울하기로 작정한 적도 없고 이제부터 우울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렇다.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 며칠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결국 10살 조 양 가족은 싸늘한 시신으로 우리 곁에 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효과 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참아 보자”라는 말을 하고 싶다.버티다가 힘들 수도 있다. 이 때 이웃이 나서고 사회가 나서자. 그런 분위기를 지도자들이 만들면 된다. 그런데 참 답답하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싸움이고 정부는 아직 완벽한 내각마저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렇다. 장관 후보자는 자기 돈 아까워서 법을 어기면서 차량 색깔을 바꾸고 자신의 홍보를 위한 토론회에 정치자금을 썼다고 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며 남의 탓이다.

제발 남의 탓 그만하자. 단언컨대 내 탓 남의 탓 따지다가 완도 조 양 가족의 최후처럼 많은 국민이 관심 밖에서 아우성치다 비극적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그렇다.

잘못됐으면 짚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잘 되는 쪽으로 방향을 제시한 뒤 실천하면 그만이다. 국민이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데?”라고 묻기 전에 “이렇게 하겠다”라는 답을 내놓으면 된다.

요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언론이 그렇다. 힘 있는 편의 목소리만 키운다. 서민들은 빚에 쪼들리고 삶에 뒤틀려 완도 앞바다를 찾고 있는데 여야 싸우는 이야기를 날이 날마다 보도한다.

대안 없이 한쪽 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반성하자. 지금까지 했던 보도에 대한 반성 없이 넘어간다면 기레기(기자 쓰레기) 소리를 또 듣는다.

지금부턴 언론이 앞장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의 뚝심을 찾아내는 일, 눈앞에 보이는 인플레이션 난국을 해결하는 지혜를 갖도록 여론을 모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요즘 참 힘들게 하는 인플레이션 증거는 이렇다. 산업발전의 기본인 기름값은 말할 것도 없고 먹고사는 식자재의 경우 최근에 30% 안팎이 올랐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 7%대를 위협할 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초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지금보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970년대처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상황)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 해결될까?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게 되면 한미금리가 역전돼 외국인의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빚을 내서 내 집 마련한 청년들은? 코로나로 월세 내기도 힘든 서민들은...

“조금만 참자”는 이야기가 서먹하다. 타인의 실수를 자기의 잘남으로 착각하는 사고,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태도가 있는 한, 한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밀어붙이는 꾼들의 계산으로는 지금 같은 복잡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조금만 참자”라는 말이 무색하다.

국민은 정치적 이기심이 놀부의 혹처럼 자라는 사회를 수수방관하고 다수의 이익보다 개인의 득실을 따지는 야만적 경제논리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들이 활보할 때 완도에서 목숨을 거둔 10살 조 양 일가족의 최후처럼 그 같은 비극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말하자면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정치가 빗나가면 개개인의 구체적 삶이 힘들어진다. 빗나간 행정의 파급력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서 파생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에 따른 고통의 무게는 개인적인 돌파나 그룹 차원의 대처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져온다는 것을 아이엠에프, 금융위기, 코로나19, 그리고 완도 일가족 사건을 통해 통감했다.

그래서 지도자들에게 묻는다. “응답하라” 국민의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가?

세월호 이후 우리는 공공의 믿음이나 정의구현 같은 ‘사회 관계적 가치’가 상호 신뢰로 각인되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국민은 지금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귀띔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귀띔을 알리는 국민의 소리가 들리는지? 듣고 있다면 대안이 무엇인지 공공의 지도자들이 “응답”할 차례다.

/ 호남취재본부 신건호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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