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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형 리조트 속앓이’…섬마을 이장이 분노한 이유
박우량 신안군수, 지오그룹에 5억 상생기금 요구
매점 빼앗긴 유각·백길 주민들, 별도 비대위 구성
중재 위한 군청간담회가 오히려 주민갈등 부추겨
박우량 신안군수는 지난 18일 개장식에 참석 지오그룹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서인주 기자
씨원아일랜드는 지난 18일 신안군 자은면 백길해수욕장 인근에서 그랜드오픈 개장식을 했다. 서인주 기자
백길해수욕장 매점을 강제 철거 당한 백길, 유각 마을 주민 400여명은 기존 대책위 탈퇴 후 별도의 비상대책위를 꾸릴 예정이다. 마을 이장이 개장식 당시 훼손돼 버려진 현수막을 고쳐달고 있다. 서인주 기자
백길해수욕장은 숨겨진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대형 리조트와 백길해변은 걸어서 2분 거리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신안)=서인주·김경민·황성철 기자] 박우량 신안군수가 ‘라마다&씨원리조트’ 개장을 둘러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자은면 비상대책위원회를 찾아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유각·백길마을 주민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비대위를 탈퇴, 강경 투쟁을 선언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확산됐다.

21일 신안군과 자은면비상대책위 등에 따르면 박 군수는 지난 20일 오후 7시부터 40분가량 자은면사무소에서 24개 마을이장단, 주민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민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15명가량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대형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안전, 지하수 고갈, 생존권 등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박 군수가 상생 협력과 민원 해결을 위해 직접 마련한 간담회다. 헤럴드경제는 그동안 주민의 피해 호소와 현장 실태 등을 3회에 거쳐 단독 보도했다.

박 군수는 이날 최일기 지오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5억원의 상생기금을 요청했고 주말 천막 매장 운영 등 일부 협상안을 도출했다. 대다수 비대위원은 박 군수의 협상안에 화답했고 뒷풀이 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 투쟁 노선이던 비상대책위가 박 군수의 현장 방문으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백길해수욕장과 백길, 유각리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주민이 복지사업으로 운영되던 백길해면매점은 라마다&씨원리조트 준공을 앞두고 주차장과 함께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대형 리조트 인근 백길·유각마을 주민은 울분을 토로했다.

신안군은 대형 리조트사업 추진을 위해 마을주민이 40여년간 운영하던 매장과 편의시설을 강제 철거한 데다 백길해수욕장 출입도 통제한 상태다. 백길해수욕장과 마을은 걸어서 10분 거리다. 주민은 평생 가꿔온 바다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하소연한다. 마을이장 2명이 군수가 주재한 간담회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다.

이들은 400여명의 주민과 힘을 모아 라마다&씨원리조트 피해 마을 비상대책위를 별도로 구축할 계획이다. 대부분 70세에 가까운 고령자다. 현재 인구 2300여명에 불과한 자은면은 대형 리조트 때문에 둘로 쪼개질 위기다. 박 군수의 중재는 결과적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연출한 격이다.

문치웅 백길마을 이장은 “해수욕장에서 수십년간 매점을 운영하던 섬 주민이 하루아침에 생존터전을 빼앗겼는데 이해할 수 없는 협상안을 군수가 들고 왔다” 며 “사실상 섬 주민을 이간질한 것과 다를바 없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영배 유각마을 이장은 “박 군수가 피해가 가장 큰 마을 민원은 외면한 채, 비상대책위에만 생색내듯 해결책·을 내줬다”며 “하도 어이가 없어 비대위 탈퇴를 선언했다. 백길마을과 연대해 섬 주민의 생존권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형 리조트와 관련해 주민 민원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며 “최일기 지오그룹 회장에게는 지역발전과 주민화합을 위한 상생기금 마련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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