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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누구를 위한 개장인가”… ‘라마다&씨원리조트’ 주민외면 ‘반쪽’
인기가수 불러 잔치 벌였지만 정작 대다수 섬주민 외면
김영록지사, 박우량군수, 최일기 회장 ‘그들만의 리그’
마을주민, 탄원서명, 환경단체 연대시위 예고 갈등고조
신안군, 뿔난 이장단에 행사협조 논란…현수막도 훼손

김영록 전남지사가 18일 그랜드오픈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라마다&씨원리조트를 찾았다. 이날 행사에는 박우량 신안군수를 비롯해 도의원, 군의원 등 공무원과 정치인, 외지 관광객들이 대거 참여한 반면 마을 주민들은 기념식을 보이콧했다. 서인주 기자
그랜드오픈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김영록 전남지사(오른쪽)와 박우량 신안군수(가운데), 최일기 지오그룹회장이 행사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신안)=서인주 기자] ‘공짜 해수욕장’ 특혜시비[본보 6월 16일]를 부른 전남 신안군 자은도 라마다&씨원리조트 그랜드오픈 행사가 반쪽으로 전락했다. 행사 주최측은 인기가수를 불러 잔치를 벌였지만 정작 섬 주민 대부분은 행사를 보이콧 한데다 릴레이 탄원서명, 환경단체와의 연대시위를 예고하면서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신안군은 각 마을 이장들에게 “방송을 통해 개장식 홍보를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불난집에 부채질한 셈이다.

신안군은 개장식 행사를 보이콧 한 자은면 24곳 이장단에게 마을방송 등 라마다&씨원리조트 홍보지원 공문을 발송, 공분을 샀다.[주민제보]

전남도와 신안군, 지오그룹은 18일 오후 1시부터 라마다&씨원리조트에서 개장식을 개최했다.

이날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해 박우량 신안군수, 최일기 지오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축하인사와 기념식수에 나섰다.

전남의 미래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서남해 관광산업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장에서는 트로트 가수 공연과 요트레이싱, 패러글라이딩 비행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김영록 지사는 이날 축사에서 “전남 방문의해 선포식을 맞아 신안에 대형리조트가 생겨 든든하다. 아파트 대신 미래관광 사업에 투자한 최 회장에게 감사드린다” 며 “각종 행정처분 등을 신안군이 잘 뒷받침 해줬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이 설치한 현수막 4기가 훼손된 채 하수도에 버려졌다. 주민들은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서인주 기자

하지만 수십년간 섬을 지켜온 원주민은 개장식을 외면했다. 자은면 24개 이장단은 행사를 보이콧했고 주민들도 발길을 끊었다. 행정불신에 더해 지오그룹에 단단히 뿔이 났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호텔과 리조트측이 주민안전과 환경, 생존권 등을 외면한 채 말로만 지역상생을 외쳤다는 주장이다.

자은면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삶의 터전이 됐던 바다와 백길해수욕장 출입이 막혔고 복지사업인 매점도 강제 철거됐다. 마을 도로에는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수시로 오가는데 안전장치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시위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날 새로 부착한 현수막 6개 가운데 4개가 하수구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자은파출소에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백길해수욕장 인근마을 주민들이 게시한 항의 현수막이 18일 오전 훼손된 채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수막을 뒤로 라마다&씨원리조트가 보인다. 서인주 기자
백길해수욕장은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과 요트시범, 승마시승식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신안군은 이달말까지 안전과 생태복원을 위해 백길해수욕장 출입을 통제했다. 서인주 기자

관광객 통제와 안전관리도 지켜지지 않았다.

신안군은 이달말까지 환경복지 및 녹지공간 복원을 위해 백길해수욕장 출입을 통제했지만 모래사장과 송림숲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고, 안전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은면 문치웅 백길 이장은 “우리가 시위에 나선 이유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어서다” 며 “주민들이 수십년간 구슬땀을 쏟아 만든 백길해수욕장을 전남도와 신안군이 민간기업에 통째로 넘겨줬는데도 대책은 말 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안군은 이달말까지 안전과 생태환경복원을 위해 백길해수욕장 출입을 통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최영배 유각리 이장은 “면사무소에서 협조공문을 받고 어이가 없었다. 전남도나 신안군 공무원이 주민대신 특정회사를 위한 홍보직원으로 둔갑한 상황” 이라며 “한쪽에서는 축하잔치를 벌였지만 또 한편에서는 힘없는 주민들만 속앓이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속에도 행사는 성황을 이뤘다. 이날 광주, 목포 등지에서 관광객도 700여명이 참석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2년전 지오그룹 회장을 군수실에서 만나 신속한 인허가와 산림보호구역과 같은 다소 미흡한 부분은 조건부 승인 등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모든 책임은 군수가 지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걱정하고 미흡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14개 면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 고 강조했다.

박우량 신안군수가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최일기 지오그룹 회장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개장식을 앞두고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공사과정에서 여러 어려움과 난관이 있었지만 잘 돌파해 왔다” 며 “김영록 전남지사와 박우량 신안군수의 믿음으로 증표를 남길 수 있었다. 지역민과 함께 자은도를 미래문화예술 메카로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마다프라자&씨원리조트’는 고운 모래사장으로 알려진 백길해수욕장 2분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산림청이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지오그룹에 지난 2019년 MOU 체결 후 사업승인과 용도변경 등 인허가를 내줬다. 지오그룹이 백길해수욕장을 앞마당으로 활용하게 된 배경이다. 전남도도 객실 415실과 부대시설을 우선 준공했다. 이달까지 시범숙박을 거친 후 다음달 정상 운영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8일 개장식에 참석, 지오그룹에 감사인사를 남겼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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