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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해수욕장 공짜로 품은 ‘라마다・씨원리조트’ 뿔난 섬주민
전남도·지오그룹, 18일 신안 자은도에 부분개장 ‘축하공연’
바다 빼앗긴 주민들 “플래카드 내걸고 대규모 시위” 울분
2300여명 대부분 고령인구…공청회 등 주민 소외 지적도
자은면 24개 마을 이장과 주민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마을회관에서 주민안전, 생존권, 가뭄피해 등 피해 상황을 논의 중이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신안)=서인주 기자] 전남 신안의 조용한 섬마을 주민이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와 해수욕장이 사실상 특정 기업의 앞마당으로 변한 데다 수십년간 이어졌던 마을공동체 복지사업도 강제 종료되면서 생존권을 호소하고 있다. 리조트 측은 인기 가수를 불러 잔치를 마련했지만 정작 주민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다.

16일 신안군과 자은면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오그룹(회장 최일기)은 오는 18일 자은면 백길해수욕장 인근에 ‘라마다프라자&씨원리조트’를 개장한다. 이곳은 지난 2019년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늘어난 관광 수요를 대처하기 위한 숙박시설이다.

다음달 정식 오픈하는 ‘라마다&씨원리조트’는 고운 백사장으로 유명한 백길해수욕장과 2분거리다. 18일 부분 개장을 앞두고 조경, 외벽, 도로 보수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인주 기자

전남도는 전체 객실 533실 가운데 415실과 부대시설을 우선 준공했다. 도는 이달까지 시범 숙박을 거친 후 다음달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상 운영에 나선다. 향후 54만㎡ 규모에 8300억원을 들여 휴양펜션단지, 전원 휴양시설, 마리나 등도 갖출 예정이다.

하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라마다프라자&씨원리조트’는 3㎞에 달하는 고운 백사장이 장관인 백길해수욕장과 걸어서 2분거리다.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청정바다와 백사장을 거저 얻은 셈이다. 지오그룹과 전남도, 신안군은 2019년 4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후 군 관리계획 용도지역 변경 심의와 착공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행정 절차가 완료됐다.

특혜 시비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자유롭게 백길해수욕장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은 호텔과 리조트를 거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현재 백길해수욕장은 환경정비사업으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

청정해역에 있는 백길해수욕장은 화려한 풍광과 3㎞의 고운 백사장을 자랑한다. 서인주 기자

수십년간 주민이 백길해수욕장에서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던 매점도 철거됐다. 이곳은 신안군이 예산을 들여 마련한 편의시설인데 불법 건축물이라는 명분으로 운영이 종료됐다. ‘라마다프라자&씨원리조트’의 조망권과 공사 편의를 위해 행정력을 동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피서철 매점 운영으로 마련했던 마을기금이 사라졌다. 신안군은 “복지센터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주민은 또 다른 갈등과 접근성, 사업성을 이유로 거절했다.

신안군은 백길해수욕장 인근 마을주민들이 공동체 복지사업으로 수십년간 운영하던 해면매점을 지난해 초 철거했다.

자은면 마을이장 A씨는 “사업 초기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도 마련되지 않았다. 섬주민 2300여명 중 대다수가 노인 등 고령자다 보니 우릴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며 “마을주민이 항의하자 전남도와 신안군은 뒤늦게 설명회를 했고 이후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은 철저히 소외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원춘 자은면비상대책위원장은 “지오그룹에 주민 삶의 터전인 바다와 해수욕장을 빼앗겼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24개 마을이장과 주민자치위원 등이 모여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며 “호텔과 리조트가 개장되면 진입로, 안전, 환경, 지역상권 붕괴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신안군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한 답변을 지난 15일 마을회관에서 간담회 형태로 진행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정보공개 청구해야 한다” 며 “지오그룹 측에서도 상생 방안을 고민 중인 만큼 해결책을 모색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지오그룹은 오는 18일 ‘라마다&씨원리조트’ 부분 개장을 앞두고 인기 가수를 초청한 가운데 축하공연을 진행한다. 이에반해 주민은 현수막을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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