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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붕괴 트라우마’ 광주시·광주도시공사, 어린이안전 ‘나 몰라라’
‘아파트 10m’ 옆 공공기관 공사현장, 안전펜스 없이 1년 방치
덤프트럭 오가고 물웅덩이…죽음의 현장 내몰리는 아이들
입주민 “화정아이파크 트라우마, 민원 넣어도 그때뿐” 한숨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가 추진하는 광주시 남구 에너지융복합개발사업 현장은 1000여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곳은 1년가량 안전펜스 없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어린이들이 대형 사고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주민 제보]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덤프트럭과 불도저, 물웅덩이 등 대형 사고 우려가 큰 광주의 한 공사 현장에서 유치원, 초등학생 등 아이들의 출입을 1년가량 방치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곳은 한전 등 나주혁신도시와 연계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조성 프로젝트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가 감독하는 현장이다. 올 초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이후에도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파트 바로 옆 현장에는 덤프트럭 등이 수차례 오갔지만 안전펜스가 일년가량 없어 사고 우려가 크다. 서인주 기자

3일 광주도시공사와 한일베라체 입주민 등에 따르면 2017년 말부터 추진해온 에너지밸리산단은 광주시 남구 석정·지석·압촌·대지·칠석동 일대 93만2000여㎡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일반산업단지를 비롯해 공공주택, 공원, 상업시설 구축을 위한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장은 1000여명이 거주하는 한일베라체 아파트단지와 10㎝도 채 안 되는, 바로 코앞이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광주도시공사는 지난 1년간 펜스와 방음막 등을 철거한 후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그동안 주민 민원이 쇄도했지만 광주도시공사 현장담당자는 안전펜스 등 현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초 한일베라체 아파트와 공사 부지 사이에 놓인 7m 높이 옹벽이 제거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은 진·출입 시 편의 확보와 조망권·일조권 등을 위해 옹벽 제거를 광주도시공사에 요청했고 철거가 진행됐다. 옹벽과 함께 기존에 설치된 안전펜스 등도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에 학부모 등 일부 주민은 안전대책 등의 민원을 광주남구청과 광주도시공사에 수차례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옹벽 토지 영역 갈등과 장마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현장은 단지 내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아파트놀이터 바로 옆이다. 임시 가설울타리는 일부만 설치됐고 이마저도 허술해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서인주 기자

문제는 판단력이 약한 아이들이 사고 우려가 큰 현장에 아무런 통제 없이 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장 주변은 대형 굴착기와 불도저, 덤프트럭 등 건설장비 수십대가 오가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실제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현장을 방문한 결과, 초등학생 아이들이 공사 주변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아파트놀이터 바로 옆에 공사도로가 있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파트 일부 구간에는 임시로 마련된 가설울타리가 있지만 이마저도 헐겁고 높이도 낮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광주도시공사는 헤럴드경제 취재 이후 남은 구간에 대한 가설울타리 공사를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 A씨가 손가락으로 현장을 가리키며 아찔한 사고 우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은 지난해부터 각종 건설장비가 공사에 투입되면서 암석과 물웅덩이 등 위험에 노출됐다. 서인주 기자

재활용품처리장에서 만난 주부 A씨는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데 먼지와 소음으로 문을 열 수가 없다. 지난해 놀이터 앞 공사장에서는 암벽더미와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수시로 오가면서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 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인데도 안전대책은 1년이 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어떠한 공지나 안내문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부모 이진주 씨는 “우리 아파트에는 대촌중앙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누가 봐도 무법천지와도 같은데 광주시나 광주도시공사가 어떠한 대책도 없이 이를 방관했다는 점에서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두 달간 옹벽 및 석축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민의 추가 요구 사안이 발생했다. 도로계획 변경, 보도 포장, 원상 복구 등 주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추가 대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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