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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선거에 묻힌 봄 가뭄...타들어가는 농심
전남 5월 강수량 1mm 안팎...물 말라 논·밭작물 생육 더뎌
가뭄 장기화시 섬마을 식수난 걱정...주민들 "비 기다릴 뿐"
모내기철인 5월31일에도 순천시 주암면 오산마을 논에 물이 없어 모내기가 6월로 계속 늦어지고 있다.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고향 땅에서 농사를 30년 이상 지어왔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 겪어봅니다. 꼬랑(도랑) 물꼬를 자기논으로 대려는 싸움도 벌어지고 있어요."

6.1 지방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전라남도 순천시 주암면 오산들녘에서 모를 심기 위해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을 하던 중 만난 30년차 농민 조전훈(54)씨는 가뭄 장기화를 걱정했다.

벼 농사 5만7000평을 짓는다는 조씨는 "어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여기는 한방울도 내리지 않아 모내기는 말할 것도 없고 고추 모종이 말라가는 등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모내기를 끝마치는 시기임에도 현장에는 물이 말라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 논이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지하수를 끌어올린 관정으로 간간히 버티고 있었다.

이마저도 상류에 위치한 천수답이거나 관정조차 없는 농민들은 전답을 놀린 채 하염없이 비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순천시 주암면의 한 농가 밭에 심겨진 고추모종 일부가 가뭄으로 인해 말라 고사하고 있다. /박대성 기자.

주암지역의 특산품 고추의 생육부진도 심각하다. 모종 일부는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도 강우량은 턱없이 생장이 부진하고 일부는 말라 비틀어져 고사되고 있다.

이 곳 고추밭에 물을 뿌리다 만난 김연심(64)는 "날이 너무 가물어 요새 모종에 물주고 논에 물대느라 정신이 없다"며 "지금은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은 앞으로 계속 비가 안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비가 안와서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들빼기 주산지인 순천시 별량면 척동마을에서는 고들빼기 씨앗 파종을 해야하는 시기다.

이 곳에서 만난 정형남(68)씨는 "비가 몇달째 오지 않은데다 앞으로도 가뭄이 지속된다면 작물이 다 타 죽고 만다"며 "하천 물도 말라 무작정 하늘만 쳐다봐야 할 형편이다"고 원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전남권 강수량이 예년 대비 턱없이 부족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농업용수 뿐만 아니라 섬 마을 주민들도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자 식수난을 우려하고 있다.

남해안의 큰 섬들은 연륙교가 놓인 이래 식수 수급이 좋아지고 지하수를 사용하는 어가들이 많아 아직 우려할 만한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 시 식수나 밭 작물 생육부진을 우려하고 있었다.

방풍 주산지인 여수시 금오도 주민 박영우씨는 "마을 저수지도 있고 밭에 지하수도 파고 그래서 아직은 가뭄피해가 크지 않다"면서도 "장마가 이달 중·하순에 온다면 해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희망 섞인 반응을 내놨다.

일부 섬은 제한급수에 돌입한 곳도 있다.

수자원공사에 의하면, 완도 노화도·보길도에 식수를 공급하는 부황제(수원지) 저수율이 20%에 그치면서 제한급수에 들어가 인근 마을 3567가구에는 주2일 급수제를, 완도 넙도 주민 308가구에도 주5일 단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식수 부족도 심각하지만, 제대로 씻지 못해 더 불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밝힌 전남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7.6%로 예년 평균에 비해 10% 가량 용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뭄피해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천에서 용수로로 직접 물을 공급하는 등의 세심한 지역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 오산저수지가 봄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보이고 있다. /박대성 기자.

광주지방기상청 자료를 보면, 순천지역 5월 1일~31일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0.2mm로 작년 같은 기간 강수량 평균치인 92.1mm와 비교할 때 비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수지역도 5월 한 달간 0.6mm, 마늘 출하가 한창인 고흥지역 강수량도 올해 1.6mm, 해남군 1.3mm에 불과하는 등 도내 대다수 지역의 5월 강수량이 1mm 대의 극히 적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예년의 경우 남부지방은 대개 6월 23~25일쯤 장마가 시작되는 것으로 통계를 내고 있지만 당분간 비 소식은 없는 상태여서 봄 가뭄은 계속될 전망이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남도지방에 비가 약간 내렸지만 양이 많지 않아 해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비였고 올 들어 확실히 비가 적게 오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장마철이 유일한 희망인데, 현재 일본 남쪽에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장미전선 북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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