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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돈봉투’ 악마의 유혹에 빠졌다…3일 남은 지방선거
모내기철 맞아 논밭, 담양5일장에서 만난 막판 표심
‘민주당 텃밭’ 전남 유권자 50만명 사전투표 전국1위
유권자 “공천장이 곧 당선, 건방진 행동 이젠 안통한다”
“그래도 민주당VS변화해야” 부모·자식세대 엇갈린 시선
지난 27일 담양오일장은 선거유세에 나선 후보와 선거운동원이 막바지 표심잡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담양)=서인주 기자] “어찌긋소. 그래도 민주당 찍어야지라. 우리라도 힘을 보태야 않겠소”, “‘작대기만 꼽아도 민주당’ 이젠 변해야지라. 칠십 평생 다른당을 찍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요”

6·1 지방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민주당 텃밭’ 전남은 초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는 이미 50만여명이 투표(31.04%)를 마쳤다. 전국 1등이다.

현직 단체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거나 전직과 현직이 맞붙는 등 9개 지역의 경우는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의 지지세가 높은 곳인만큼 조직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민주당 독식 구조가 조금씩 균열을 보이는 구조다. 고령층과 20~30대 젊은층, 이른바 부모·자식간 관점이 확연히 달라졌음이 감지된다.

모내기철, 전남 담양에서 만난 농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비판의 감정을 표출했다. 담양은 민주당 군수 후보 공천과정에서 금품살품, 고소고발 등 잡음이 잇따르면서 갈등과 반목이 깊어가는 상황이다. 서인주 기자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한모씨(64)는 “사전투표를 마치고 왔다. 단체장은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비례대표 등은 다른 정당에 골고루 나눠 찍었다” 며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모내기 현장에서 만난 문모씨(71)씨는 “민주당 후보를 다 찍었다. 이곳에서라도 힘을 몰아줘야 하지 않겠느냐” 며 “민주당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돈봉투까지 등장했다. 혼탁 가열양상이다. 돈을 받은 유권자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제공한 측은 구속 등 처벌 수위가 높다. 선거 후유증이 상당하지만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공천을 받기 위해 선거자금 수십억원을 제공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헤럴드DB]

실제 담양경찰서는 29일 유권자에게 뿌리기 위한 현금봉투를 차량에 보관한 혐의로 모 군수후보 선거사무원 A(5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15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41개 615만원, 210만원·400만원 봉투 각각 1개 등 총 1225만원을 차량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곡성과 보성에서도 군수후보의 선거운동원이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녀회장 출신 여성 농업인 구모씨(68)는 “담양군수 선거과정에서도 수차례 금품이 오갔다는 소식과 후보간 각종 흑색선전이 불거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며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마치 군수가 된 것처럼 건방지게 행동한다면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장이 선 담양전통시장에는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현장을 찾은 후보와 선거운동원으로 북적였다. 서인주 기자

전날 담양오일장에서 만난 30대 주부 서모씨는 “솔직히 선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이 키우며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데 민주당, 국민의힘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는 곳에 투표할 생각” 이라며 “부모님은 민주당 열혈 지지자인데 반해 주변 친구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설명했다.

‘본선보다 어려운 예선’.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크고잡은 잡음이 잇따랐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조용한 시골마을이 둘 셋으로 쪼개졌다. 도시에 비해 시골은 유권자 수가 많지 않다보니 지지후보가 다르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많아진다.

29일 오전, 전남 담양군 용면 들녘은 모내기로 분주한 모습이다. 인근 대도시 광주에서 내려온 자식들도 모판을 나르며 일손 돕기에 한창이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목을 축이는 이들의 최고 안주 역시 지방선거다.

29일 모내기철을 맞아 바쁜 손놀림을 보이는 농민들의 막걸리 안주는 단연 지방선거였다. 사진은 전남 담양군 용면의 모내기 현장/서인주 기자

광주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40대 윤모씨는 “고향 담양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찾을 수 없다. 그나마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과 경쟁을 하는데 당선이 되도 예산확보에 힘을 쓸 수 있을지 걱정” 이라며 “갈등과 반목이 길어지면 선거가 끝나도 후폭풍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정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독식여부와 국민의힘, 무소속 후보들의 지지율과 당선이 최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이라며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세대간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젊은층이 지역과 민주당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텃밭 전남은 이번 사전투표에서 50만여명이 참여하면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담양오일시장에서 열린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유세를 군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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