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아니따 양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아니따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선으로 이날 입국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국내 70여 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긴급구호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광주의 시민사회단체가 이들에 대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고려인 동포 2000여 명이 그 즉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인접국가인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등으로 피신해 현재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500여 명이 우크라이나 인접국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최근 한국으로 입국했다.
광주 광산구에 있는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최마르크 군(13), 남아니따 양(10) 등 전쟁으로 난민이 된 고려인 170명이 시민 성금으로 마련한 항공권으로 입국했다. 고려인마을은 입국자 수가 이달 말까지 200명, 5월말까지 4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라크라이나 고려인 난민들이 한국으로 피난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이같은 광주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지난달부터 이들의 국내 귀환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펼쳤다. 후원 금액은 1만 원에서 3500만 원까지 다양하다. 교육계와 자치단체 공무원, 교회, 변호사 등이 후원에 적극적이다.
고려인마을은 이런 따뜻한 후원자의 마음을 담아 한국에 입국한 뒤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고려인동포들에게 물품을 배분한 후 15가정에 원룸 임대보증금 200만 원과 두 달 치 임차료를 지원했다.
광주에 안착한 난민자녀 3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 사회문화교육 등 긴급 돌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인근 학교 편입학 서류를 갖출 수 있도록 통번역 지원에 나섰다. 이어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고려인 난민 동포들을 위한 무료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전쟁의 화마를 피해 광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후원에 앞장 서 주신 광주지역사회와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면서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포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더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 줄 것” 을 요청했다.
이번 구호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광주 김경은 변호사는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민간인 가운데 2만명에 달하는 고려인 동포들도 있다” 면서 “정부 차원에서 고려인과 그 가족들에 대해 포괄적 입국을 허용하고, 지역 사회에서도 모국 귀환 동포들의 항공료, 임시 숙소 마련 등에 필요한 자원 모급에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