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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공포, 분노, 좌절’ 화정아이파크 입주민 “제발 재시공 해달라”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청문회 앞두고 광주찾은 이유
입주민・상인 “결국 대기업 시간끌기에 당할 것” 하소연
현대산업개발, 정밀안전진단 후 후속안 마련 할 듯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국토부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광주화정아이파크 현장을 찾았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오는 11월이 광주화정아이파크 입주 예정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내 집 마련하는 꿈을 꾸었는데 모든 게 무너져 내린 것 같아요”

30개월 아이를 안고 광주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을 찾은 40대 주부는 눈물부터 쏟았다.

분양받은 아파트가 무너진 데다 철거나 재시공 등 아직까지 피해대책 보상은 마련되지 않았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엄마가 흐느끼자 아이도 잠에서 깨 큰소리로 울었다.

공포, 불안, 분노 그리고 좌절. 29일 전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한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감지된 감정들이다.

광주화정아이파크 입주민과 인근상가 상인들은 2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에게 전면재시공, TF팀 구성 등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서인주 기자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109일이 지났다. 안전불감증과 부실시공으로 점철된 이번 사고의 후유증은 크다. 6명의 현장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의 입주예정자와 상인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150만 광주시민들은 붕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원회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광주를 찾았다. 국토교통부 장관 청문회를 이틀여 앞둔 상황에서 시간을 쪼갠 것이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도 현장을 찾아 피해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등산화로 갈아 신은 원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 국토부, 광주시, 서구청 관계자와 함께 30층 높이의 붕괴현장을 직접 올랐다. 한때 500명이 넘는 작업자가 일했던 현장은 썰렁한 상태다. 지금은 경비와 감시인력 10여명이 있을 뿐이다. 주인 잃은 안전모가 오와열을 맞춰 널려 있다.

현장에는 주인을 잃은 안전모가 널려 있다. 500여명이 일했던 이곳에서는 현재 10여명의 경비와 감시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원 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인도 직접 이번 사고를 챙기고 있다. 서울에 올라가면 현황과 대책 등을 보고할 계획” 이라며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면 회사는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붕괴된 103동 입주민의 마음은 어떨까?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103동 입주예정자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측은 피해보상 100%를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회사가 망할 수 있다’며 자꾸만 시간을 끌며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 있다” 며 “이대로면 불안해서 입주할 수 없다.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전면 재시공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다른 입주민 A씨도 “서울시가 내린 8개월 영업정지 명령이 결국 과징금으로 둔갑했다. 힘있고 돈 많은 재벌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관심도 오로지 선거에만 달려 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초점은 화정아이파크의전면 재시공 여부에 달려있다. 국토교통부 등 안전진단을 거친 후 일부철거, 재시공 등 후속대책이 마련될 예정이다. 어떤 방식이든 최소 3년에서 6년의 시간이 소모되는데 양측다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분양권에 웃돈을 준 입주민들은 애가 탄다. 대출원금과 이자, 프리미엄 가치 하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법마련은 쉽지 않다. 양측의 입장은 아직까지 팽팽하다.

입주민들은 ‘전면철거 후 재시공’을, 현대산업개발은 안전진단 등 상황을 주시하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예 계약을 해지하고 일부 보상금을 내주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이게 더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직격탄을 맞은 금호하이빌과 인근 모텔 상인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공사장 출입문을 차량으로 막고 항의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붕괴사고로 광주화정아이파크 현장은 올스톱 상태다. 내부에서는 경비와 안전요원만 배치됐다. /서인주 기자

홍석선 하이빌상가피해대책위원장은 “우리는 공사가 시작된 4년전부터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실제 시멘트 가루가 운영중인 문구매장에 날아 와 지금도 피부과를 다니고 있다” 며 “1000번 넘게 민원과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오히려 경찰이 과태료 처분을 운운하며 겁을 주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인근에서 노블레스 모텔을 운영중인 박태주 사장은 “이번 사건은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다. 대기업과인허가권을 가진 관이 결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며 “공무원 직무유기 등과 관련된 입증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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