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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물새고 금간 오피스텔 바로옆 27층 아파트 터파기 "거리기준 없다니"
“현행법상 건물간 거리기준 없어” 제도적 허점
주민, 건물침수·균열·소음·진동 등 불안감 호소
김병내 청장 “문제있으면 바로 공사중단할 것”
경찰, 공무원 유착관계 등 법령 위반여부 조사
광주시 남구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에서 대형 오피스텔 바로 옆 부지를 13m가량 파야 하지만 현행법상 건물 간 거리 기준인 이격 기준이 없어 고도의 안전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입주민이 60여명인 광주의 한 대형 오피스텔에서 불과 30㎝ 거리를 두고 27층 고층 아파트 신축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소음, 진동 등 주민민원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현장은 지하주차장 등 본격적인 터파기공사를 앞두고 있는데 대형 오피스텔 바로 옆 부지를 13m가량 파고들어 붕괴 사고에 대한 우려마저 커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로와 접한 준주거지역은 지하층 이격거리 기준이 없어 법적・제도적 허점을 보이고 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 도심 한복판 고층 아파트 건설=부동산개발회사 제이원시티는 지난해 광주시 남구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에 나섰다. 시공사는 진아건설, 아이리스건설이다. 2024년 8월 완공목표인 이 아파트는 25층·27층(165가구) 규모로 공급된다.

이곳은 2020년 12월 광주시 건축계획 심의 통과 후 지난해 4월 건축허가를, 5월 시공 및 구조안전 심의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4월 철거공사를 시작했고 7월 착공 신고를 했다.

현재는 H형강과 콘트리트벽 등 차수벽 설치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현장으로, 주거지와 상업시설과 밀접해 있다. 공사 부지 역시 1700여평 규모로 협소해 소음, 진동, 분진 등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평면도.

광주의 한 아파트건설현장 소장을 맡고 있는 A씨는 “이곳은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작업상 애로가 많은 사업장”이라며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인허가가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인호 남구청 건축과장은 “준주거지역의 경우 지하층에 대한 거리 규제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수시·정기 점검 강화와 구조안전 최신 공법을 적용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주민 “무서워 못살겠다”=인근 주민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과 밀접한 청희오피스텔 세입자 46가구 가운데 11가구가 떠났고 임대계약기간이 남은 17가구도 해지를 통보했다. 임대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오피스텔은 공사 여파로 건물 내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주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 인근 한 빌딩 지하실에 물이 세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는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서인주 기자

바로 옆 유진빌딩도 지하수 침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철거공사 과정에서 지하실에 30㎝가량 물이 차 양수기로 퍼냈다. 당시 진아리채 현장직원들이 동원돼 물을 퍼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출입문 앞에서 도원철학원을 운영하는 강도원 원장도 불면증을 호소했다. 강 원장은 “작년 7월 가림막이 강풍에 넘어지면서 큰 사고가 날 뻔했다” 며 “딸과 여러 번 현장직원과 다퉜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진빌딩 정재훈 사장은 “15년 전부터 여기 살며 당구장도 운영했는데 한 번도 이 같은 피해를 겪은 적이 없다. 소음과 진동이 너무 심해 지난달 어머님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 며 “4층에 다른 세입자도 사는데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광주 붕괴 트라우마 속 해법은=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 재개발을 위해 철거작업 중 9명이 숨졌다. 2022년 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중 일부 건물이 무너져 내려 6명이 사망했다. 광주시민의 트라우마가 클 수밖에 없다. 지하층 터파기작업이 본격화되면 연약 지반 침하, 건물 경사도 심화 등의 안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제2의 학동재개발 참사와 또 다른 이름의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광주남부서는 정보안보 및 공공안녕 분야 정보관을 현장에 파견해 관련정보를 수집 중이다. 건축법 등 관계법령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 유착 등 의심 사유가 발견되면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병내(왼쪽) 광주남구청장은 4일 오후 현장을 찾아 안전진단, 피해 상황 등 실태조사에 나섰다. 김 청장은 담당 공무원과 함께 세입자 계약 해지 등 민원이 제기된 청희오피스텔에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 보도 이후 지상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관련 이슈를 심층 취재했다. 김병내 남구청장도 이날 현장을 찾아 해법 마련에 골몰했다.

김 남구청장은 “구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지금이라도 붕괴 조짐이 보인다면 바로 공사를 중지하겠다. 청장이 중재하겠다” 며 “건물 안전진단을 비롯해 투명한 손해보상 절차 등 안전TF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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