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상의 신축 건물.

[헤럴드경제(여수)=박준일·박대성 기자] 492개 회원사로 구성된 전남 최대 규모의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을 18년 간 맡아온 박용하(74) 전임 회장이 10억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돼 파문이 일고 있다.

여수상의(회장 이용규)는 지난해 3월 신임 집행부가 회계장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박용하 전 회장이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집행하거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혐의가 짙다며 박 전 회장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994년 4월 제15대 여수상의 회장(3년 임기)에 첫 취임한 뒤 16,17,18대 회장까지 연임한 뒤 물러났다가, 다시 2015년 3월부터 2021년까지 회장을 연임하는 등 18년간 여수상의 회장직을 맡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재임 시절 지난 2015년 3월 20일 여수상의 명의 광주은행 계좌에서 자신 명의의 계좌로 500만 원을 이체했다.

또 같은해 3월 27일에는 여수상의 서모 국장 명의의 광주은행 계좌로 30만 원을 이체하고, 같은 해 7월 10일에도 상의 공용계좌에서 현금 40만원을 현금 인출하는 등 2015년 3월 20일부터 2021년 2월 23일까지 총 410회에 걸쳐 여수상의 공적자금 8억1000만 원을 인출해 임으로 사용해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박 회장은 또한 2015년 3월 25일 서울 모 백화점에서 와인 16병을 구매하면서 업무상 보관했던 상공회의소 명의의 신용카드로 1035만원을 상의 자금으로 결제하는 등 모두 48회에 걸쳐 고급와인을 구매하는 등 1억6596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고소장에 적시됐다.

특히 박 회장은 2018년 3월 23대 회장 업무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인출한 공금으로 회원사 서울본사 방문기념품 등 명목으로 3년간 3777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산단 폐기물 회사인 (주)와이엔텍을 운영해온 박 전 회장은 장기간 여수상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거액의 상의 공적자금을 아무런 지출 증빙도 없이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박 회장 등의 개인 명의 은행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밖에도 2016년 3월부터 6년 동안 145차례 각종 골프접대 행사를 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환경업체의 계열사 골프장인 보성컨트리클럽(CC)에서 골프행사를 도맡아 치른 것으로 상의 감사결과 드러났다.

골프 접대에 쓰인 비용만도 7억6648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여수상의 집행부는 상의 공적 자금을 축내 개인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배임행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수상의는 박 회장이 사용한 공금이 업무추진비와 회원사 워크숍 비용 등으로, 고급 와인은 여수산단 대기업체 등 회원사 방문 때 선물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달 여부 등 정확한 사실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횡령혐의 제기는 지난해 3월 새로 취임한 제24대 여수상의 회장단이 업무 인계인수 절차를 밟으면서 전임 박 회장 측이 후임 회장단에 인계인수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자 법무법인 등에 외부감사를 맡겨 5개월여간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감사는 박 회장 18년 재임 기간 중 최근 6년 간의 자금 집행 과정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18년간 재임시절 전체 감사결과까지 합하면 회계부실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수상의는 그동안 박 회장에게 부정인출한 공금 회수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계속 수천만원만 변상하겠다고 의사를 전해오다 수사 의뢰 입장을 밝히자 최근 일방적으로 상의 계좌로 2억 원을 입금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검찰은 고소 사실을 확인해 조만간 고소인 조사에 이어 피고소인 소환조사 등을 벌일 방침이다.

여수상의는 고소 내용 외에도 감사에서 밝히지 못한 각종 비리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여수상의는 여수와 고흥지역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전체 회원사 492개사 가운데 37개사는 산단 대기업 회원사로 회비 규모 면에서 전남 최대 규모의 상공인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