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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광주아파트붕괴사고 상인들 “이재명, 안 찍어”
“국회의원 공범·구청장 사퇴” 현수막 걸고 투쟁
피해상인, “현산·서구청·정치인 한통속 처벌해야”
행정불신속 손해사정, 피해입증 등 대책 ‘가시밭길’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거리에 천막을 마련하고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천막입구에는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코로나로 반토막 난 매출이 붕괴사고로 또다시 반토막이 났습니다”, “모두가 검은 커넥션으로 뭉쳐 있는 자들입니다”, “민주당 대신 허경영 후보를 찍을 겁니다”

20대선 공식선거운동일인 15일 오후.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상인들이 모여있는 대책본부 천막 입구에는 붉은색 글씨의 대형 현수막이 휘감고 있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공범’, ‘불법공사 방조하는 서구청장 물러나라’. 현수막이 주는 위압감은 휘날리는 눈보라 사이로 상인들의 피로한 심경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광주화정아이파크 피해상인들이 마련한 천막부스에는 인허가권자와 지역 정치인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서인주 기자

5평 남짓 천막에는 10명의 피해상인들이 난로하나에 기대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는 초조와 불안, 분노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금호하이빌 상가 등 피해를 입은 자영업 사장님들이다. 50여명의 사장들이 호구지책을 위해 돌아가며 천막을 지키고 있다. 사실상 생계를 뒤로 미룬 채 거리투쟁에 나선 셈이다.

이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잊혀질까’ 두려워서다.

대중의 관심과 여론에서 멀어질수록 피해보상이 힘들어진다. 안전진단과 건물철거, 재시공 여부에 따라 최대 4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버틸 여력이 없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측은 피해보상을 위해 손해사정사간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측은 피해보상을 위해 손해사정인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피해입증 문제로 갈등만 깊어가고 있다/서인주 기자

하지만 손실보상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자칫 ‘혹 때려다 혹을 달수도’ 있는 구조다.

정치와 행정에 대한 불신도 고조되고 있다. 수년간 100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를 묵살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허가권을 가진 서구청은 최근 대피명령 위반시 과태료 200만원 공문을 상인들에게 직접 발송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서구청은 인근상가에 대피명령을 내렸다. 곧이어 도로가 폐쇄됐고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한달 넘게 가게문을 닫자 매출은 제로가 됐다.

문구, 완구, 화훼, 가구, 운동기구 등 도매업체가 밀집한 이들의 보금자리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신학기를 맞아 가장 바쁠 시기에 영업이 중단되다 보니 타격이 크다. 기존 단골들도 하나둘 경쟁업체에 주문을 발주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로 벼랑 끝에 놓인 상인들은 예기치 못한 대형참사에 넋을 잃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요원한 상태다.

매몰 및 실종자 수습이 모두 마무리 되자 현장은 썰렁해졌다. 수십명의 기자들과 경찰, 구조인력, 자원봉사자가 빠져 나가면서 거리는 한산하다. 상인들은 7개월전 발생한 광주학동철거 사건처럼 이번일도 묻히는 것은 아닌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매몰 및 실종자 수습이 모두 마무리 되자 현장은 썰렁해졌다. 서인주 기자

사고 당시 매장에 있던 A사장은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가게앞에 세워둔 차량이 폐차됐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며 “공사가 시작된지 3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민원을 넣었는데 ‘악성민원인’이라는 타이틀만 얻고 개선된 게 하나도 없었다.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야만 민원이 해결된다”고 성토했다.

취재당시 천막주변에 고성이 일었다. 천막이 상가입구를 가려 장사가 안되니 천막을 철수해라는 요청이었다. 곧이어 인근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도 ‘주민민원’을 이유로 천막이동을 요청했다. 힘없는 ‘을들의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민원을 제기한 상인은 “코로나 여파와 붕괴사고로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설 전후 200만원의 보상금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복장이 터진다” 며 “너무 답답하고 속이 상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하소연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후보. 연합뉴스

일부 상인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로했다.

20년 이상 완구도매업을 운영한 김기홍 조아유통 대표는 “민주당도 싫고 국민의힘도 싫다. 견제와 균형이 광주에서도 필요하다” 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배당금 등 서민경제를 강조하는 허경영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석선 금호하이빌문구도매상가 자치회장은 “지난 3년 10개월간 크고작은 피해를 입으면서 버텨왔다. 이번 사고는 곪을대로 곪은 것이 터진 것” 이라며 “이를 방기한 건설업계와 인허가권자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호하이빌 등 피해상인 100여명은 대책본부를 꾸려 안전진단, 철거, 재시공, 피해보상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중이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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