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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기자로 일하기 두려워질때
언론중재위에 명예훼손 소송까지
그래도 쫄지않는 이유 “떳떳하니까”
헤럴드경제 호남취재본부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법적 절차를 밟겠다”, “기사를 손보지 않으면 제소하겠다”, “가만두지 않을 것”.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종종 듣던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다.

경찰, 고위 공무원, 재개발사업 등 속칭 힘센 기관과 재력가들은 간혹 취재과정에서 이해와 설명 대신 서슬퍼런 발언들을 먼저 쏟아냈다. 비판기사를 쓸 경우 이같은 확률은 급격히 올라간다. 심한 경우에는 욕설과 함께 고소와 소송까지 언급한다.

기자생활 십수년차여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 흔들린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맞받아치지만 미세하게 손이 떨린다.

상대방이 돈이 많고 힘이 셀수록 이런 방식은 교묘하게 진행된다. 기자도 사람이고 월급받는 직장인이다 보니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심리적 압박감은 이내 취재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이걸 노린 것이다.

‘1:8 광주 여중생 학폭사건’, ‘국회의원 특별보좌관·경찰간부, 여성 폭행’, ‘첨단3지구 개발사업 특혜의혹’

최근 공들여 쓴 자식같은 기사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유력언론과 인터넷매체, 시민사회단체까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전국을 들끓게 한 소식들이다. 이 때문에 잠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불공정한 세태에서 찾을 수 있다. 검은커넥션으로 범벅이 된 현장에서는 기사거리가 쏟아졌다. 특히 ‘무전유죄, 유전무죄’ 프레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약자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취재에 매달렸다.

학교폭력 기사는 중2여중생을 가해자 8명이 둘러싼 채 집단폭행을 한 사건이다. 교육청 학폭위에서도 학교폭력으로 결정난 사건이 경찰수사에서 뒤집혔다. 가해자측은 재력가다. 머릿속이 번쩍였다. 기사가 보도되면서 감찰, 재수사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경찰 고위간부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결국 헤럴드경제는 언론중재위에 제소됐다. 여기에 가해자 부모는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소환조사를 앞둔 상태다. 가해자 부모는 최근 피해학생측에 합의를 제안했다고 한다.

고소는 합의용 압박 카드다.

‘제2의 대장동’ 논란을 사고 있는 광주 첨단3지구 개발사업 특혜의혹도 엇비슷하다. 단독보도 후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는 기사를 쓸때마다 정정보도 공문을 보냈다. 언론중재위에도 제소한 상태다.

하지만 수십곳의 언론사와 참여자치21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결국 광주도시공사 정민곤 사장은 25일 언론브리핑에 나선다. 첨단3공구 대행사업자 계약은 초가이익환수 방안이 검토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정보도 등 입막음 압박에 물러섰다면 이미 강행했을 내용들이다.

올해 언론중재위원회 시정 권고건수가 작년대비 73%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악의적 보도나 오보는 당연히 정정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유튜브 등 1인 매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언론윤리를 지키려는 자구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언론중재위 제소와 민사소송의 남용은 문제다.

언론의 취재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불리하고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일단 던져 놓고 보는 방식이다. “더 이상 기사를 쓰지 말라”는 엄포와도 같다.

언론중재위와 명예훼손 경찰 조사에 당당히 임할 생각이다.

기자의 양심에 따라 진실을 규명하려는 데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떨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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