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부비서실장·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인선
지난달 미국 네바다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유세에서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에 ‘극우 충성파’ 맷 게이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을, 국무부 장관으로 ‘대(對)중 강경파’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하면서 행정부 주요 자리가 강성 극우파로 채워지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맷은 정부의 무기화를 끝내고, 우리의 국경을 지키고, 범죄 조직들을 해체하고, 심하게 부서진 미국인들의 법무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루비오 상원의원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강력한 옹호자, 동맹들의 진정한 친구, 적들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는 용감한 전사”가 될 것이라며 지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외교·안보·사법·정보 분야의 요직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현재까지 발표된 트럼프 인선의 특징은 ‘강경파’와 ‘충성파’로 압축된다. 충성도가 핵심 기준으로 작용해 지명자들의 나이가 이전 정부들보다 젊고, 관련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 경험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거나 대통령에게 필요한 직언을 해줄 인물들이 없어 트럼프 당선인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대목이다.
게이츠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계에 막 진출했을 때부터 그를 지지했던 열렬한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꼽힌다. 공화당 강경 우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 인물이다. 낙태 및 불법 이민 반대, 감세 지지, 총기 소지 자유 보장, 흑인 시위 비판 등 정치적 입장에서 ‘극우’로 분류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패배에 불복한 2020년 대선과 관련해 ‘부정 선거’ 주장을 앞장서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미국에서 법무장관은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을 감독하는 자리로 내각의 일원이지만 중립적인 업무 수행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 자리에 충성파 측근을 지명하면서 향후 법무부를 활용한 정적 보복이나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설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 |
루비오 의원은 쿠바계 이민자 아들로 상원 인준을 거쳐 공식 임명되면 미국 역사상 첫 중남미계 국무부 장관이 된다. 루비오는 중국, 북한 등 미국의 적성국에 강경 대응을 주문해 온 공화당 내 매파로 꼽힌다. 그는 2020년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공동 발의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압박, 견제 조치를 주도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다. 밀러 전 선임보좌관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입안한 인물이다. 2기 행정부 출범시 트럼프 당선인의 최우선 공약인 남부 국경 폐쇄,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지난 10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DNI)으로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전향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개버드는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뒤 선거 운동을 도왔으며 한때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기도 했다. 개버드는 지난 9월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TV 토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의 토론 대비팀에 합류했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대선을 보름 정도 앞둔 지난달 22일 공화당으로 아예 당적을 옮겼다.
1981년 태평양 섬나라인 미국령 사모아에서 태어난 개버드 전 의원은 두살 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성장했다. 21살 때인 2002년 하와의 주의회에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2012년 하와이주 2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을 때는 첫 사모아 출신 의원이자 첫 힌두교 신자 의원이 됐다. 2020년 대선 당시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듬해 10월 이념과 정책, 사회 이슈 등에서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