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해 자살률 27.3명…OECD 1위 불명예
전 연령대서 마약 중독자 증가세 보이기도
자살 보도 표현 둘러싼 토론도 이어져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생명존중·마약근절 언론공익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한국의 마약 사용자가 현재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이 몰리는 ‘좀비 거리’ 미국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상황이 한국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년간 OECD 1위를 기록중인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생명존중·마약근절 언론공익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마약 중독과 심각한 자살률을 언론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태규 편집인협회 회장,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조현섭 총신대학교 중독상담학과 교수 등이 참가했다.
하 원장은 ‘자살예방’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지난 10월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자살률은 27.3명이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수를 뜻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2014년(27.3명)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OECD 전체 평균(10.7명)의 2배가 넘는 수치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자살 사망률 1위 국가다.
하 원장은 “자살은 절대 끝으로 볼 수 없다. 한 명의 죽음으로 평균 6명 이상의 주위 사람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이를 추산해보면 8만명 이상, 10년이면 80만명 이상의 서바이버(Survivor·살아남은 사람들)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2026년까지 자살률을 18.2명으로 줄이겠다는 자살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도 “평가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개선해야 하며, 일본의 ‘누구도 자살로 내밀리지 않는 사회’라는 제3차 자살예방종합대책 기본방침처럼 포괄적인 자살예방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섭 교수는 ‘마약·중독 실태 점검 및 예방대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5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좀비거리로 알려진 미국 필라델피아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은 마약이 짜장면보다 일찍 온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0년 간 외국인과 청소년, 20·30대에서 마약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23년 기준 전 국민의 38%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적 있다는 결과가 있을 정도로 마약이 쓰나미처럼 퍼지고 있다”며 “병원 중심이 아니라 지역 사회 중심의 치료 재활 시스템을 구축해 미국 뉴욕의 데이탑 빌리지처럼 중독자 수준별, 욕구별, 맞춤형 치료 공동체 모델을 들여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 [보건복지부 제공] |
언론이 자살과 마약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언론계 참석자들은 자살보도에서 ‘극단적 선택’ 표현을 사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에서도 최소보도 원칙을 기본으로 ‘사망’, ‘숨지다’ 등을 사용해달라는 내용이 있을 뿐 이 표현에 대한 권고는 없는 상황이다.
하 원장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에는 ‘선택’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자살도 선택지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일어나고 있는 자살에 대해 우리사회가 더 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자살이라는 용어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라며 추가적으로 언론계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태규 편집인협회 회장은 “언론계 또한 자살보도를 하며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며 “보도준칙이 수시로 바뀌는 것처럼 언론인이 많이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표현 문제는 신문윤리위원회와 한 번 논의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