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종 중 외국인 매수세는 딱 1곳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달 4일 ‘코리아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12종이 일제히 상장한 가운데 최근 일주일 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곳은 단 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가 코스피를 짓누르면서 수급 온기가 ‘밸류업 ETF’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주요 수출 기업들에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심도 잔뜩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에 대형사 상품이나 그나마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액티브 ETF만이 동학개미의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밸류업’을 7억8300만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리아밸류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12개 ETF 중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다가 전날(11일) 처음으로 매도세(35억원)로 돌아선 상태다. 나머지 11종은 개인과 기관 수급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개인들도 수수료(0.008%)가 가장 저렴한 TIGER 코리아밸류업(63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2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리아밸류업(18억원)으로 사실상 대형 운용사 ‘투톱’으로 쏠린 상황이다. 최근 5거래일 동안 ETF 시장에서 밸류업 ETF 12종이 차지하는 거래대금 비중도 2.34% 수준이다. 1%를 넘는 곳은 단 1곳에 그치고, 거래가 미미해 0%으로 집계되는 곳은 4곳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선 ‘대형사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는 구성종목과 비중이 같아 차별화하기 어려운 만큼 수수료나 상장 규모가 투자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대형사의 ETF 경우, 상장 규모가 큰 만큼 호가 공급도 원활해 거래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마케팅 역량도 중요해지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홍콩 등 글로벌 ETF 시장에서도 ETF 비즈니스 추친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밸류업 ETF를 적극 세일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ETF 혹은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ETF 정도 시장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를 웃도는 성과도 내고 있다. 수익률 1·2위 상품은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0.05%),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0.66%)였다.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밸류업 지수를 기준으로 해서 저평가됐거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개선된 종목은 비중을 확대하는 식으로 초과 수익을 노린다. 이에 타임폴리오운용은 삼성전자(비중 8.69%)을 덜어내고 SK하이닉스(15.9%)를 늘리는 전략도 썼다.
한편, 아직 밸류업 지수의 수익률은 미지근하다. 이 기간 코리아밸류업지수 상승률은 1.10%으로 코스피 지수(-0.42%)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KRX 기계장비(5.20%) ▷KRX 바이오TOP10 지수(5.90%) ▷KRX 헬스케어(3.44%) 등은 3%대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트럼프 2기’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밸류업 ETF의 편입 종목도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ETF 중 액티브 ETF들은 삼성전자 비중(5.0%~8.7%)을 적극적으로 줄여 패시브 ETF를 평균 45bp 아웃퍼폼했다”면서 “이전에 밸류업 지수 편입이 불발된 KB금융을 편입하기도 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HD현대일렉트릭 같은 종목의 비중을 확대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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