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멕시코 페소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 무역 정책 및 국경 장벽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에 미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무역 매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소식에 페소화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9일(현지시간) 기준 1달러당 페소(페소/달러)는 20.18로 전장 가격인 19.80대보다 올랐다. 달러 대비 페소화의 가치가 그만큼 내려갔다는 뜻이다.
앞서 전날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환율은 20.8038페소까지 3% 이상 올랐는데, 이는 6월 자국 대선 이후 사법개혁 및 투자환경 위축 우려로 잠시 흔들린 이래 가장 큰 변동이었다.
시중 은행인 시티바나멕스 지점 창구에서 거래되는 소매 달러 환율은 21.13페소로, 전날 종가보다 2.87% 올랐다. 2022년 8월 2일에 기록한 21.28페소 이후 2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멕시코 페소화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가치 폭락을 경험한 적 있다.
8년 전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과 이민자 통제를 위한 국경장벽 설치를 공약했는데, 이는 대외 무역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멕시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특히 당시에도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이에 포드 등 일부 업체가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악재가 겹치는 통에 2016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17% 가까이 떨어졌다.
이와 유사한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멕시코' 발언이 최근에도 이어진 것을 고려할 때, 올해 미국 대선 이후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의 약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라고 엘에코노미스타를 비롯한 현지 일간은 전했다.
여기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USTR 대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페소화 악재가 이어졌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관세를 빌미로 주요국과 유리한 무역협상을 이끌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1기 무역전쟁에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고려할 때, 보호무역주의 설계자가 중추적인 무역 직책에 다시 지명될 가능성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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