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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가 성심당에 ‘갑질’할 수 있을까? [세모금]
유통사 ‘우월적 지위 남용’ 규제 제도 현실화 지적
온라인 확대에 출혈 경쟁…압도적 우위는 사라져
‘유통사=절대갑’ 프레임 벗어나야…콘텐츠가 핵심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한 과자들이 진열돼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성심당 같이 소비자의 선호를 받는 빵집은 먼 데서라도 찾아갑니다. 지금은 직매점만 운영하고 있는데, 만약 마음을 바꿔서 유통을 한다고 발표하면 모든 유통사들이 물건을 공급해달라고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겁니다. 그러면 누가 더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될까요?”

지난 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심재한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유통사가 납품사들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규제하는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월적 지위의 남용이란 거래를 할 때 상대방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규제 법안으로 2012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이 있다. 당시 핵심 유통 채널이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통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통해 중소 납품업체 등에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오프라인 점포나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경우 등이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유통 생태계가 크게 바뀌면서 해당 규제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사업자들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의 경쟁이 심화됐고, 그에 따라 납품업체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예전처럼 ‘을’의 위치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태별 매출에서 온라인의 비중은 50.5%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2019년 41.2%에서 4년 새 9.3%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20.2%에서 12.7%로 7,5% 감소했다.

경쟁력 약화에 국내 대형 유통사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9년 424개에서 지난해 396개까지 6.6% 줄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또한 1215개에서 1123개로 7.6%가량 감소했다.

심재한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ICT법경제연구소 제공]

이렇게 기존 대형유통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기준으로 ‘우월적 지위’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재한 교수는 이에 대해 “예전에는 납품업체들이 대규모유통업체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유통사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크리티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사보다 규모나 영향력이 큰 납품업체의 경우에도 우월적 지위를 적용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달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8년 A백화점과 글로벌 명품 화장품 업체의 소송이었다. 당시 법원은 “전국적인 매장 운영능력과 인테리어, 편의시설, 고객 서비스를 갖춘 백화점만이 화장품 브랜드의 브랜딩 요청을 충족할 수 있다”며 A백화점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통사는 ‘갑’, 납풉업체는 ‘을’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제조사가 경쟁력 있는 대체불가능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경우 우월적 지위는 납품업체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유명 상품이 있을 때, 그 상품을 보유하거나 제조하거나 납품하는 업자가 유통업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현재 거의 예외없이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 가진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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