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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양자기술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양자기술산업법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친구인 막스 보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양자역학을 이렇게 비판했다. 막스 보른은 1924년 양자역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독일의 물리학자다. 그는 양자역학의 핵심 토대가 된 확률밀도함수를 제시하였고, 195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양자역학에 대한 거부감은 주사위 놀이로 비유된, 물리적 현상에 대한 확률론적 접근에 있다. 양자역학 하에서 물리적 현상은 확률적으로 발생하고 존재한다. 사물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확률만 이야기할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실험은 여기서 등장한다.

50%의 확률로 배출될 수 있는 독성물질과 함께 상자 안의 갇힌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의 생사는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인가, 죽어있는 상태인가. 양자역학의 확률적 해석 하에서 고양이는 50%만 살아있고 또 죽어있는 상태다. 궤변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현상도 결정되어 있지 않고 오직 그러한 확률 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틀에서는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함께 아이작 뉴턴의 고전물리학 패러다임을 전복했고, 세상을 바꿀 혁명적인 과학기술들의 씨앗이 되었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가 가장 대표적이다. 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0과 1의 비트(Bit)단위로 저장하고 처리한다. 자연계에 존재하고 관측되는 모든 아날로그 정보는 이러한 0과 1의 나열로 구성된 정보(이진수 정보)로 변환된 후에야 컴퓨터를 통해 인식되고 처리될 수 있다.

이는 컴퓨터의 정보처리가 물리적으로 반도체 기술에 기반하고, 반도체 소자는 어떤 전기적 신호를 충전(1) 또는 방전(0)하는 방식(일종의 스위치)으로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하고 복잡한 정보도 결국 0과 1의 조합으로 구성된 정보로 분해(인코딩)된 후에 처리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비트(Bit)가 아니라 큐비트(Qubit)라는 최소 정보 단위에 기반하여 동작한다. 2가지 상태(0과 1)만을 저장할 수 있는 비트에 비하여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중첩상태(즉 확률적으로 50%만 살아있고 죽어있는 상태)를 활용하여 정보 최소단위를 늘리고, 이를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통하여 기존의 컴퓨터 기술에 비하여 혁명적으로 정보처리속도와 용량을 확대한다.

양자기술을 상용화 수준으로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아직 좀더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이 오랜 빙하기를 거쳐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처럼 양자과학기술도 언제 부흥기를 맞을지 모른다.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적 양자과학기술 육성 및 발전을 위해서 올해 11월 양자기술산업법(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이 제정 및 시행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기술산업법을 토대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양자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양자기술,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양자기술산업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양자기술산업이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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