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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타고코로 리에 "저는 '제비꽃'에 좀 더 희망을 담고 싶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제비꽃'은 나에게 도전의 의미가 있다. 멜로디 기복이 별로 없다보니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소속사에서 조동진의 곡을 추천해줬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암으로 돌아가신 훌륭한 선배 가수였다. 가사가 슬프고 애절한데, 큰 테마가 생명이었다."

'트롯 걸즈 재팬(TROT GIRLS JAPAN)' 준우승자 우타고코로 리에(51 본명은 나가오 리에)가 지난 21일 발매한 한국에서의 첫 싱글 '제비꽃'의 반응이 좋다. 1985년 발매된 고 (故) 조동진 원곡을 컨템퍼러리 팝 발라드로 재해석했다. 재해석을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가사를 처음 봤을때 주인공의 꿈과 사랑의 과정이 시처럼 돼 있더라. 처음에는 이 곡의 테마가 삶이고, 생명인지를 잘몰랐다. 그러다 시대배경과 관련돼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노래가 표면적으로는 소녀의 병세가 악화된 상태인데, 당시 젊은이들이 하고싶은 걸 못해 답답한 심정도 녹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담담하게 부르면서도 좀 더 희망을 담고 싶었다."

'제비꽃'은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꿈과 사랑, 슬픔과 좌절, 조금씩 달관해 가는 성숙의 과정을 녹여낸 시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데, 이를 우타고코로 리에의 깊고 맑은 목소리로 표현해 더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땀방울' 같은 가사의 발음이 어려워 고생도 했다. 녹음때 보이스 디렉터가 부스까지 들어와 발음 교정을 해줬다. '제비꽃'은 소속사 정창환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셨는데, 설마 한국에서 '제비꽃'을 발매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저는 운이 좋았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일본 대표 위성 방송 채널 '와우와우'(WOWOW)와 최대 OTT 플랫폼 '아베마'(ABEMA)에서 방영된 일본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 걸즈 재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MBN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 등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한국에서도 단숨에 유명해졌다. 특히 ‘눈의 꽃’ ‘어릿광대의 소네트’ 등 발라드 곡을 담담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창법으로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데뷔 당시에는 8비트 팝스런 노래를 많이 불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나의 감정을 싣기가 더 좋았다. 가사도 감정 싣기 좋은 곡을 선택한다."

도치기현 북부의 작은 도시 나스시오바라시에서 태어난 리에는 1995년에 데뷔했다. 90년대 활동한 일본의 2인조 혼성 밴드 'DREAMS COME TRUE(드림스 컴 트루)'의 요시다 미와 처럼 되어보고 싶다며 가수가 됐다.

친언니와 함께 결성한 3인조 그룹 '렛잇고'에서 부른 '200배의 꿈'이 포카리스웨트 광고 음악으로 쓰여 관심을 끌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최근까지도 남편이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시모기타자와에서 운영하는 라이브 바에서 노래를 부르며 오랜 무명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노래 실력으로 뜨지 못했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일본에는 음악 방송이 적다. 기회가 많지 않다. 메인 브로드캐스트는 유명스타나 아이돌들이 나갈 수 있고, BS(Broadcasting Satellite,일본 위성방송 채널)는 엔카를 많이 방송하는데, 나는 엔카 가수가 아니어서 기회가 없었다."

리에는 포카리스웨트 CM송이 떴지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3명이 데뷔했는데, 소속사에서는 한 명은 빠지라고 하는 등 회사와 갈등도 있었다. 성대가 망가지면서 남 앞에서 노래 하는 게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힘들 때는 가수를 그만 두고싶은 적도 있었다. 나는 노래를 부를 자격이 없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다 2년간 노래를 안하고 남편 가게에서 일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남편 가게에 많았다. 나는 노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남편이 '너한테 노래가 있잖아. 음악을 다시 생각해봐'라고 말해줬다."

리에는 엄마가 피아노를 못배운 한을 딸에게 풀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 게 음악을 하게된 이유라고 했다. 가수로 데뷔한 후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남편의 위로로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서도 노래를 하게 됐다.

"제 음악 인생에서 일본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노래를 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초기에 함께 노래한 언니가 굉장히 기뻐해준다. 같이 데뷔한 가수로서 힘든 시기를 이해하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리에는 'September'로 3인조로 활동하던 2004년 '겨울연가' 일본판 테마송을 불렀고, 이어 '아름다운 날들', '호텔리어' '내머리속의 지우개' 등 일본판 테마송을 많이 불렀지만 한국에 올 기회는 없었다.

리에는 10여년전 유튜브를 개설했다. 발성 연습하는 장면들도 대거 올렸다. 이때 이름인 리에 앞에 '우타고코로(歌心)'를 붙였다. 노래는 마음으로 부른다는 평소 생각을 이름에 반영했다.

"감성 전달을 위해 평소 많이 웃는다. 10살 된 딸과도 가능한 즐겁게 대화하려고 한다. 앞으로 제 음악 인생의 목표와 꿈은 있지만 건강을 유지하며서 계속 노래할 수 있도록 제 보폭으로 가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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