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조이자 ‘풍선효과’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약 3년 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수요가 대거 신용대출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자가 최고 10%를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여전히 주택마련자금 수요가 줄지 않은 영향이다. 은행들은 부랴부랴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임시방편을 세우고 나섰다.
▶주담대보다 신용대출 더 늘었다=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4804억원으로, 9월 말(730조9671억원)과 비교해 0.21%(1조5133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증가액은 9월(5조6029억원)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주담대 월간 증가폭도 5조9148억원에서 6527억원으로 축소됐다.
다만, 9월에 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던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엔 103조4571억원에서 104조4663억원으로 0.98%(1조92억원) 늘어나며, 월 증가액으로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신용대출이 급증하며,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를 이끈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관리 강화로 주택자금마련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린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주담대에 비해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탓에 차순위로 여겨졌던 신용대출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은 차주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4.32~6.1%로, 주담대(3.73~6.13%)와 비교해 하단이 0.59%포인트 가량 높다. 실제 취급된 금리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5대 은행이 새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8%로 주담대(3.6%)와 비교해 1.2%포인트 높았다. 신용점수 구간에 따라서는 최대 10.24%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기도 했다.
은행권은 과도하게 늘어난 주담대 부실 우려 등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는 데 이어, 유주택자 대출,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등을 중단하며 사실상 주담대 경로를 차단했다. 하지만 차주들이 고금리 신용대출로 빠지면서 사실상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대출까지 한도 축소...대출 ‘혹한기’본격화=일부 은행은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총량 관리에 나섰다. 이날 iM뱅크는 연말까지 비대면 전용 상품인 iM직장인간편신용대출 등 6종의 개인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비대면 채널을 통한 12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아울러 9종 신용대출 상품의 차주별 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금리도 축소했다.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줄이기’ 행보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올해 금융당국에 연 대출 증가율을 2%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목표치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21일 기준 5대 은행의 전년 말 대비 가계대출 잔액(정책상품 제외) 증가폭은 15조1000억원으로 목표치(1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되레 잔액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 감면 조치 역시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금융권도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며 전 금융권에서 ‘대출 한파’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은 주담대 한도 제한 등 대출 규제를 시작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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