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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은 받아들이는 것”…‘일용 엄니’ 김수미 마지막 길에 사무친 눈물 “엄마, 미안해”
고혈당 쇼크로 별세…눈물 속 발인
정준하·윤정수·장동민·문태주 PD 운구
故 김수미 배우.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곡소리 대신 ‘춤추는 모습’으로 떠나겠다”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던 ‘국민 엄마’ 김수미가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징글벨 징글벨’을 부르며 웃으며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고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모두에게 사무치는 일이었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수미의 발인식이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들이 모인 가운데 엄수됐다.

이날 발인식엔 고인과 동고동락했던 지인,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이 모두 모였다. 평소 고인을 엄마나 어머니로 부르며 따른 방송인 정준하 윤정수 장동민을 비롯해 고인의 세 번째 전성기를 열어준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을 연출한 문태주 PD, 고인과 드라마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숙도 참석했다. 정준하 윤정수 장동민 문태주 PD가 장지로 이동찰 차에 관을 운구했다.

고인을 모신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의 안타까운 탄식과 통곡이 터져나왔다. 정준하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고, 장동민 역시 꾹 눌러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 역시 그리움과 미안함을 담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엄마, 미안해”라고 말하며 관을 부둥켜 안았다. 고인은 가족, 지인,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경기 용인공원으로 향했다.

SBS ‘집사부일체’ 캡처

지난 2018년 11월 출연했던 SBS ‘집사부일체’에서 김수미는 미리 분홍빛 드레스에 검은 모피코트를 입고 붉은 단풍이 내려앉은 곳에서 미리 ‘영정사진’을 찍었다. 당시 그는 “검은 옷이나 칙칙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유족은 고인의 바람대로 유쾌하고 행복한 미소를 담은 그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썼다. 고인이 출연했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년) 포스터에 쓰인 사진이다.

1971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이국적인 외모와 타고난 연기력으로 방송과 스크린을 섭렵해왔다. 시대를 앞서간 화려한 외모로 데뷔 초엔 주목받지 못해 무명의 시간을 보냈지만, 나이와 배역, 이미지를 뛰어넘는 개성 강한 연기로 금세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국내 최장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선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시골 할머니 ‘일용 엄니’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첫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2000년대 중반엔 영화 ‘마파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욕쟁이 할머니 식의 걸쭉한 촌철살인으로 세대를 아우른 사랑을 받으며 두 번째 전성기를 보냈고, 이후엔 ‘국민 손맛’이라 할 만큼 맛깔나는 요리 솜씨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세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 출연하고 올해 5월까지 뮤지컬 ‘친정엄마’ 무대에 올랐다. 고인이 14년간 출연한 뮤지컬 ‘친정엄마’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논란이 된 작품이다. 작품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김수미는 지난해부터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했다.

지난 25일 고혈당 쇼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소식에 빈소에는 이틀 내내 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전원일기’에서 호흡을 맞춘 가족들이 빈소를 찾았고, 코미디언 임하룡, 배우 이병헌 이민정 부부, 최지우, 염정아, 조인성, 신현준, 정준호, 가수 인순이, 김창렬 등 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이 다녀갔다.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 김회장 부인역의 김혜자. [연합]

드라마 ‘전원일기’로 22년간 호흡을 맡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배우 김수미의 별세 소식에 “화려한 배우라기보다는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슬픔이 더 크다”며 “스타를 잃었다기 보다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후배 배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신 김수미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마음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김종민은 “촬영도 같이 많이 했고 너무 잘 해주셨는데 마음이 안 좋다”며 “늘 주변 사람들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해주신 선배님이셨다”고 말했다.

고인의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 F&B 이사는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에서 ‘친정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주시기 바라며, 저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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