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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예금 막차수요...열흘새 6.5조 늘었다
5대銀 잔액 기준금리 인하후 급증
‘금리 더 내리기 전 가입’ 수요 몰려
대출금리 상향, 예대차 확대 우려

“은행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린다는 건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예금금리 하락을 확신하고 있다는 신호다.”(한 시중은행 PB센터장)

“대출금리 상승으로 3분기 실적이 너무 잘 나오면, 그건 그대로 고민이다.”(시중은행 관계자)

약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가운데, 금리가 더 내리기 전 조금이라도 높은 예금금리를 적용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자마자 전 달 대비 네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문제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따라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내려가는 데 반해, 대출 금리는 가계빚 관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대금리차가 더 크게 벌어지며 은행권의 이자장사 경향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쥐꼬리’금리 정기예금, 기준금리 인하로 ‘인기몰이’=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결정(11일) 직후인 지난 1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6조493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증가폭(4조8054억원)보다 1조7000억원가량 더 많은 수치다. 일평균 증가세를 고려하면, 지난달에 비해 약 네 배가량 빠른 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 하락을 예상한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최근까지 정기예금 수요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9월 5대 은행 정기예금 증가폭(4조8054억원)은 8월(16조4356억원)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11일까지 정기예금 잔액이 240억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자금이 몰렸다. 금리인하가 본격화하기 전 미리 돈을 넣어두려는 것이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더불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12개월) 정기적금 상품 금리를 2.2%에서 2%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농협은행 또한 거치식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적금상품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가량 인하했다. 여타 시중은행들도 현재 수신금리 인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신 상품인 정기예금 금리도 지속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25~3.42%로 집계됐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최고 3.6% 수준을 기록했던 정기예금 금리는 지속 하락하며 현재 3.5% 선 아래로 내려왔다.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가 동반 하락하며, 수신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장금리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하향 조정한 것”이라며 “예금금리를 과도하게 내린다는 지적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1년, AAA) 금리는 22일 기준 3.196%로 기준금리 인하 이전인 10일(3.238%)과 비교해 0.04%p 줄었다.

▶은행 ‘이자장사’강화 우려...수익성 하락 전망도=하지만 수신금리와 달리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통상 수신금리가 하락하면 자금조달비용이 줄기 때문에 여신금리도 동반 하락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다.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주기형) 금리 하단은 4.15%로 약 일주일 만에 0.16%포인트 상승했다. 원가 비용이 절감됐지만, 시장가격은 상승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의 수익성 지표는 개선될 전망이다. ‘이자장사’ 비판이 불거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던 수익성 지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상승 전환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8월 기준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는 0.57%포인트로 전월(0.43%p)과 비교해 0.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출금리 상승 및 예금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해당 수치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막차 수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경우, 수익성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조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수익성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며, 되레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23조3273억원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6월 말(638조8317억원)과 비교해 15조원가량 줄어든 상태다.

또 은행 내부에서는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대출 취급액이 더 줄어들 경우, 수익성 향상을 고민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이 이달 17일까지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목적 주담대는 일평균 2279억원으로 전월(3469억원)에 비해 34%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다소 특수한 상황이지만, 통상 금리 인하 시기에는 은행의 수익이 줄어든다”면서 “여·수신 모두에서 고객 유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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