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일본 니카타)=함영훈 기자] 날이 쌀쌀지면서 한국 충청도, 일본 전역, 대만 베이터우, 체코 카를로비바리, 캐나다 알버타주 밴프 등이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온천여행의 계절이 찾아왔다.
일본 구사쓰 산성온천 마을 한복판 원천 |
캐나다 어퍼 밴프 핫스프링스 |
대만 베이터우 |
한국은 천안, 충주, 제천 등이, 대만은 타이베이 근교 베이터우, 체코는 온천으로는 드물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카를로비바리, 캐나다는 과거 바다였다가 판 충돌로 솟아난 로키 자락 밴프의 9개 온천과 오로라 관측지인 유콘, 브리티시컬럼비아주가 유명하다.
온천 하면, 전국 모든 곳이 유명한 일본에 ‘엄지 척’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 전역에 2만7000여개의 원천이 있는데 실제 쓰는 것은 1만7000개이다. 원천이 이렇다는 것이고, 각 료칸의 온천의 숫자는 당연히 이보다 훨씬 많다.
▶일본 온천 신뢰도 위해, 성분·특성 ‘프로필’ 의무화= 일본 3대 명천인 효고현의 아리마, 기후현 게로,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홋카이도 노보리베츠와 규슈 등 지옥온천, 구마모토현 하마젠, 그리고, 와카야마 시라하마, 아키타 다마가와 등이 입소문을 탔다.
홋카이도 노보리베츠 |
니가타의 마쓰노야마, 일본 알펜루트 자락인 군마 북서쪽 산성온천 구사쓰는 모든 평가에서 선두권에 있다. 마쓰노야마는 일본 3대 약탕, 구사쓰는 일본 3대 명천이다.
일본 보건·위생·관광 당국은 온천의 수온, 가수여부, 음이온-양이온 같은 용존물질 함유, 유황와 철분을 비롯한 성분 등을 세세한 기준으로 나누어, 온천 프로필을 만들도록 의무화한 뒤, 이를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규제한다.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테면 “산성 강한 유황 80도 원천, 가수(加水), 가온(加溫) 과정 없다”는 내용과 용존물질 성분과 그 용량도 표시한다. 1kg 단위내에 유황 2mg, 철분 20mg 함유되어야 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효능까지도 제시하는데 연구기관도 표시해야한다.
관아 등을 이건한 헤리티지 건축물 류곤. 원래 이름은 용이 전하는 말이라는 뜻의 류겐이었다. |
성분이 많고, 농도가 짙으면 모든 사람이 좋아할 것 같지만, 좋다는 성분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아 특징이 없어보이는 ‘단순천’은 안정된 과정으로 건강유지를 도모하는 하는 노약자, 부녀자, 어르신에게 좋다. 단순천의 비중이 가장 높기도 하다. 즉,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가려서 갈 필요는 없는 것이 일본 온천이다.
▶알칼리성이 대부분, 헤리티지 건축 류곤과 에치코유자와= 알칼리성과 산성으로 대별한다면 알칼리성이 97% 이상 압도적으로 많다.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알칼리성 온천은 미끄럽다. 류곤은 보통 온천의 미끄럼이고, 마쓰노야마는 더 미끄럽고, 사가현 우레시노는 미끄러운 느낌이 가장 강하다.
에치코유자와 역 |
일본 최고 명품으로 꼽히는 에치코유자와 소바 |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의 핵심 배경지인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 온천은 알칼리성이다.
이 온천 인근에 갈라유자와 스키장, 최고의 일본술 백화점 등이 있어 최근 관광객이 늘고 있다. 니가타현 50여개 스키장 중에 에치코유자와에만 15개가 있다.
특히 이곳 소바는 일본내 최고 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도쿄에서 출발할 경우 니가타현의 첫도시로, 기차를 타면 1시간30분 걸린다.
일본 니가타현에서 오는 11월 13일(일부지역은 11월 하순) 까지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지의 예술제’의 거점이자, 하이 밸류 관광객(HVG)들이 많이 찾는 헤리지티 호텔인 류곤 호텔의 온천 역시 알칼리성이다.
류곤의 일본인 온천객은 한국 기자에게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그리고는 특유의 순수한 마음에 몹시 부끄러워했다. 볼록한 방석은 눈이 소복소복 쌓인 느낌을 형상화했다. |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南魚沼)에 있는 류콘은 온천 만큼이나 건축물이 유명하다. 사카도성이 있던 사카도산 아래, 약 1500평의 광활한 부지에 있는 건물은 에도 후기 관아와 부농의 고택 중 미학적으로 뛰어난 전각을 이건-보존처리한 것이다.
안채에서 중문을 돌출시킨 ‘중문(中門)구조’, 거실과 서원 사이를 마차에 탄 채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카고토오시’ 등은 민속 건축문화는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류겐’으로 불리다가 2019년 여름, 일본 제일의 폭설지대 정취를 체험하는 료칸 ‘류곤(Ryugon)’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류곤 온천은 당연히 설경과 함께 할 때 가장 아름답고, 소복소복 쌓인 눈 앞에서 따스한 물에 매 몸을 맡기면, 신체는 물론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또, 설국이나 러브레터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게 한다.
▶일본 3대 약탕, 마쓰노야마에 빠진 불량중년 이야기= 마쓰노야마 온천마을은 니가타현과 나가노현의 경계, 도카마치시의 눈 덮인 깊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마쓰노야마의 온천탕으로 치료한다는 의미의 탕치 바 |
마쓰노야마 온천마을은 700년전쯤 한 마리의 매가 날아와 상처입은 날개를 쉬고 있는 것을 나뭇꾼이 보고, 그 곳에서 솟아나는 온천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체코의 카를로비바리는 사슴, 한국의 도고온천 멧돼지인데, 이곳은 매를 소재로 비슷한 맥락의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에치고 수호(守護)였던 우에스기 가문의 비밀 온천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 효능은 예로부터 알려져 구사쓰, 아리마와 함께 일본 3대 약탕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한동안 소금 채취를 생계유지 수단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염분이 강해 겨울에도 물이 좀처럼 식지 않는다. 건강 생태지역이라서 희귀한 동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1000만년전 바다였다가 지각변동으로 육지가 된 곳이기 때문에 염도가 높은 것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도로 양 옆으로 온천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여행자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눈이 많이 오지만 이 증기로 순식간에 녹는다고 한다.
온천 증기 뿜는 시간이 지난뒤 촬영한 증기분출홀엔 잠금장치가 있다. |
해발 300m 지점의 비교적 고지대 온천마을로 단순한 온천욕을 넘어 염분 농도 짙은 온천물로 다양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여행객들의 대부분은 이곳을 들렀다 가려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에 체류할 목적으로 온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게 이곳 건강식생과 온천을 즐기기에 좋다.
이 마을 리더인 치토세 나마키야씨가 니가타온천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온천 부문에서는 니가타현 전체에서 중시하는 곳이다. 일본철도 마츠다역에서 이 마을로 셔틀버스를 운행중이다.
이 마을에 가면 마쓰노야마 온천에 푹 빠진 아재를 ‘불량중년’이라 칭하면서 적은 시 구절이 눈길을 끈다.
“불량중년은 부인과 자식에게 좋다.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멋쟁이다. 수줍음이 많다. 고독하다. 놀이정신이 왕성하다. 엔카 따위는 듣지 않고 무리를 해서라도 재즈를 한다. 불량 중년은 매력있는 남자일지 모른다.”
돈 벌어 가족 건사하느라 심신을 돌보지 못했던 어느 가장이 마쓰노야마에서 해방을 찾은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다.
구사쓰 야산의 노천온천 |
▶세상 어디에도 드문, 구사쓰는 일본 3대 명천= 구사쓰는 매우 드물게 만나는 산성온천이다. 역시 일본 3대 명천 중 한 곳이다. 알펜루트 동쪽 가루이자와 인근에 있다.
자연 용출량은 일본 제일을 자랑하며 분당 3만2300리터 이상, 하루에 드럼통 약 23만개 분량의 온천이 솟아나고 있다. 강산성 온천으로 강한 살균력이 특징이다.
상사병 외에는 낫지 않는 병이 없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치유 효과를 인정받아왔으며, 효능이 높은 곳이다. 무려 pH 2.05의 강산성으로 1엔짜리 동전은 약 1주일이면 사라지고, 못도 9일이면 너덜너덜해진다고 한다.
강한 살균력이 온천 요법에도 탁원한 효과를 발휘해, 신경통, 상처, 피로회복을 비롯해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유바타케과정을 거쳐 구사쓰 원천은 다른 곳에 다시 합수된다. |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강산성 온천이어서, 탕에 몸을 담그면 작은 외상 흔적조차 반응하며 ‘찌릿찌릿’ 뭔가 치료되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외상 치유는 물론 신경통에도 영향을 주어, 5~10분정도 탕에 몸을 담갔다고 나와도 개운한 기분을 느낄수 있다. 한번에 10분 이상 지속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탕에 들락날락하는게 좋다.
이 마을 야산에도, 마을 한복판에도 온천수를 손쉽게 볼 수 있고, 노천도 많다. 아침산책을 하다보면, 현재 일본 왕실이 소장하고 있다가 한국 반환을 도모하고 있는 우리의 몽유도원도 같은 몽환적인 추상화를 보는 듯 하다.
온천마을 중심에는 구사쓰 온천의 상징 유바타케(湯畑)가 있다. 고온의 강산성 유황 원천의 온도를 적정하게 낮추기 위해 긴 나무통(유바타케) 여러개에 온천수가 흐르도록 설치해 원천을 층층히 흘려보내면서 온도를 식힌다. 제2 합수지점에 모인 원천은 좀더 식는 과정을 거쳐 각 온천 욕장이나 숙소에 송수해 사용토록 하는 형태이다.
무형유산 유모미 공연 |
▶다양한 무형유산도 빚어낸 일본 온천= 유바타케 과정을 거쳐도 온도가 높으니, ‘유모미(湯もみ)’를 통해 다시 물을 식힌다. 어부의 노 같은 것을 열탕에 넣어 젓거나 물을 위로 튕긴다. 이 과정에서 노동요도 생겨났고, 이 지역 무형유산으로 자리잡았다.
공연장인 네쓰노유(熱乃湯) 극장에 입장해 이 전통이 품은 지혜를 생각하고, 유모미 체험도 해본다.
노동요는 의외로 경쾌한 동요풍이다. 내 심신을 건강하게 해줄 입욕을 앞두고 기분이 들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 온천이 주는 다양한 즐거움은 주변 건강 색생, 먹거리와 함께 일본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늦가을~겨울~이른 봄까지 일본여행의 센터엔 온천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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